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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엄마의 시계는 여전히 십 년 전인 걸까

왜 당신이 지어준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지

어릴 적 기억들은 감기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내 키만 한 나무가 훌쩍 자라는 동안

밤하늘엔 처방전 없는 나날만 울타리를 지었지

매일 가장 높은 동네를 드나들던 우린데

엄마의 기억은 고장 난 지 오래다

이웃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밀봉하던 날이면

우편배달부가 된 어린 별들은

강 위로 한 조각의 기억을 띄워 보냈다


어느 날은 그녀가 무심코 내 이름을 불렀다

잠깐은 혼자여도 괜찮았던 날들

틈만 나면 거리를 배회해

지독한 감기처럼 남은 손바닥 속 이름 석 자

시간이 자랄수록 구름은 더 멀리 떠내려갔다

그땐 이렇게 오래 앓을 줄 몰랐던 거야

엄마는 여전히 흩어진 말들로 공백을 대신했다


매년 찾아오던 감기가 유독 길던 날

우리 모녀는 목구멍 안엔 전하지 못한 말이

집을 지었다

가족사진 속 우리는 두 손을 꼭 쥐고 있는데

늘 반대로만 흘렀던 기억

바람은 긴 시간 겨울을 앓았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에도 나는 매일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맞춰

그녀가 자주 오는 창가에 걸어 두었다

눈꽃이 내려앉은 거리, 비로소 나는

목 안에 잠든 감기를 삼킨다




선물


엄마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꽃잎이 별이 되어 쏟아진 거리에는

이불처럼 켜켜이 접힌

그녀의 얼굴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고 있어요

까맣게 졸인 날 엄마와 나는

매번 연초록으로 물든 길을 되걸어 갔지요

목적지는 행복이 깃든 우리 집이에요

긴 시간 담아온 이야기가 하늘을 날면

바람은 조용히 자라나는 연습을 했어요


예순여덟, 피어나는 것보다

시들어가는 생이 더 많은 내 사람

푹 꺼진 어깨로 쉼 없이 이 땅을 달려와서 였을까요

빗물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나무가 되고 우산이 되어주던 엄마

오랜 시간 떠내려가는 동안 당신의 사랑은

품 안에서도 여전히 바삐 움직였어요


내 옷장 한 쪽에는 여전히

두고 간 선물들이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데

이제야 목 놓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지문이 별자리를 만든 사진 속

발그레한 두 볼을 가진 소녀

어머니와 내가 손잡고 걷던 거리에는

둥근 달이 만삭의 배를 만들었지요

강가에 열아홉의 나뭇잎을 떠내려 보내며

아이의 집을 짓던 밤

우리 엄마의 흔적을 따라 가면

내 마음에도 사연 많은 별이 하나 도착합니다


계절이 다 닳도록 꿈을 꾸며 피어날 날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 집에도 새로운 손님이 찾아올 겁니다




나비의 긴 여정 

 

봄이 오면 우리는 그날의 기억을 봄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지나온 자리엔

저마다 뿌리의 사연이 있어

난 매번 작은 꽃으로도 그리운 이름을 새겼지요

우리가 각자의 집에서 가꿔 온 이야기에는

꽃향기가 반갑게 불어와

봄은 자주 노랗게 울었습니다


여름이 스며들면 나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여름이라고 부릅니다

여리지만 단단한 땅, 누군가가 흘린 눈물은

바다가 되어 긴 여정을 떠날 겁니다

달님은 그리운 마음들이 모인 곳에

꿈의 돛단배를 하나 띄워 보냅니다

모두의 소망이 섬이 되면

바다는 밤낮으로 푸르게 철썩였어요

푸르기보다 깊어지는 날이 많아

우리의 여름은 가장 뜨겁고 아팠답니다


가을이 문을 두드리면 문득 맞이한 아침을

가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온 거리가

아이들의 고운 웃음으로 가득 차면

눈시울이 붉어진 부모님들의 어깨 위에도

쓸쓸한 저녁이 친구가 되어 주었지요

귀갓길을 묵묵히 밝혀주던 밤

그 위로 발아하듯 날개를 피는 아이들

바람은 한 줌 세상이야기를 담아

수없이 오르내립니다


겨울이 꿈을 꾸면 우리는 아이들의 눈이 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다시 온 하얀 발자국

아이들은 하얗게 지워질 준비를 하며

지붕 위로 소복이 안부를 전합니다

남겨둔 이들이 이 계절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도록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에도

수없이 나비의 꿈을 꿉니다




노을이 말하다


공사장 한 가운데 둥지를 튼 태양

이곳에서는 고장 난 연주회가 한창이다

아기 새들의 비행 흔적으로 물든 노을엔

뚝딱뚝딱 아버지들의 망치소리만 일제히 환란 한다

쏟아지는 이들의 발자국은 뼈대를 만들고

하늘엔 알록달록 저마다의 사연들이 어둠을 밝힌다

함께 나눈 이야기가 더욱 붉어지는 까닭은

오래 전부터 울음을 삼켰기 때문이다

풍경을 설계하던 이들은

낮은 자리에서도 삶을 오르는 연습을 한다

노을이 긴 시간 그려둔 이야기

붙잡기 보단 저물어 가는 시간들이 있어

오래도록 타올랐던 거야


아버지들은 여전히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신년운세를 꿈처럼 외며

가슴 속에 태양을 하나씩 간직하려는 거다

누구도 지치지 않아

어깨동무하며 모서리 안에서도 씨앗을 품었다

매번 하루의 끝엔 노을이 쓰러지듯

아버지들의 얼굴을 덮었다

지붕 위를 오르던 고된 생들

땀으로 적시며 세상에 마침표를 두던 날들

공사장엔 바람이 자주 불었고

안전모 안에는 시시때때로 낙엽이 탑을 이뤘다

노을, 그것은 어쩌면

생계를 짊어진 이들의 피 같은 노력

붉은 꽃잎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뜨거워졌다




문경(聞慶)의 역사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었던 그 해, 마을 사람들은

다가올 봄에 문경의 밤을 그려 두었다


매 순간 백두대간을 넘어

농사를 짓듯 땀 한 방울로도 가득 찼던 생들

바람이 불면 새들은 매일 풀이 무성한 고개를 넘었고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넜다

하나 둘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문경의 나무들엔 무수한 시간들이 둥지를 틀었다

나뭇잎은 시냇물 따라 계절을 옮기고

아이들은 서로의 꿈을 입에 물고

여름처럼 뜨겁게 재잘거렸다


해가 저물면 모여 앉아 문경의 밤을 세던 기억

어느 노인은 흙길 따라 가장 높고 험한 밤을 걸을 때면

계절이 별들로 자주 우거졌다고 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가는 소리에도

서로의 길을 내주던 별들

내 안에 오고 간 이들의 흔적은 별자리가 되었고

어느덧 마을 곳곳에 새겨진 억새를 읽는 밤

새들은 지붕 낮은 집에 자주 앉았다

아이들은 새들의 입을 빌려

문경의 시간을 집집마다 나눠 주었다


집 안에는 웃음소리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겨울이 오면 아이들은

입가에 눈을 가득 묻히고 뛰어 놀았다

문경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산이 되어

자주 밤을 밝혔다

문경은 밤새 마을을 지키며 사람들과 자라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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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사항>
-이름 : 김희성
-연락처 : 010-6295-0848





  • profile
    korean 2020.09.01 17:15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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