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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횡단열차


며칠을 꼬박 달렸다 그 사이 아이의 머리칼은 자라고 자라 발등을 

간질였다 엄마들은 창문에 묻은 입김을 긁어내 얼굴에 덧발랐다 

아무도 아이의 머리를 빗어주지 않았다


창문에 엄마들의 손톱자국이 검게 남았다


머리칼이 발등 아래로 뿌리를 내렸다 누나들이 깔깔거리며 탱탱한 

뿌리만 골라 베어냈고 엄마들은 얼마 남지 않은 입김을 다투어가며 

긁었다 창문에 엄마들의 손톱자국이 길게 남았다 그곳으로 아이는 

몰래 혀를 가져다댔다


바깥으로 지나는 달빛이 손톱자국에 베여 피를 흘렸다 피 맛이 쓰다

며 누나들은 캐어낸 뿌리로 커튼을 만들었다


커튼을 찰랑이며


열차가 멈춘 종착역에서


입김을 긁어 화장해대는 다른 엄마들을 만났지만 아무도 아이를 부르

지 않았다






카운트다운


새해다

  모기들은 방송준비를 서둔다. 올해로 3살, 남들 곱절의 곱절을 살았

다는 장수 모기를 찾아 부산시 사하구 장림2동 장림식당을 찾아간다. 

모기들은 '장'자의 'ㅈ'위에 내려 앉아 12시 생방송을 준비한다.

PD는 허허껄껄 웃는다. 그는 바로 옆 글자의 일부가 훼손되어 이 간판

이 '장님식당'이 되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다.

저기

  밑에서 장수 모기가 두 스탭의 부축을 받고서 날아온다. 나이답지 않

게 윤기가 도는 날개에 자꾸만 무지개가 어려 바라보는 모기들은 눈부시

다. 힘없이 땅을 보는 다리의 융털들이 세월을 짐작하게끔 하지만 그의 

눈알은 여전히 탱탱하여 젊은 모기들로 하여금 두 팔로 연신 눈알을 닦

아내게 한다.

  올해 3살, 장수 모기는 방송 출연을 꺼렸다. O형 위주의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였을 뿐 방송에 나갈 연유도 근거도 일절 없다는 것. 장수모기는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곤 혀를 끌끌 찬다. 이내 모든 모기가 보는 가운데 

PD에게 호통을 친다. 그 연세에 딸리지도 않는지 지켜보는 모기들의 날개

마저 파르르 떨리도록 큰 소리로 엥엥! PD는 잔뜩 기가 죽은 모습이다.

말씀인즉슨

  늙은이 한번 만나겠다고 피 한 방울 못 빤 것 같은 얼굴의 젊은 모기 수

십마리 데리고 와 이 법석을 떨 마땅한 연유가 있느냐 고것, 가뜩이나 몸 

관리 잘 해야 할 시기, 한 해 겨우 버텨낸 모기들을 이 높은 곳에서 생고

생을 시키며 바들바들 떨게 만들 연유는 또 무엇이냐 이것. PD는 할 말이 

없다.

다만 참을 수 없는 분노만이

  눈알 위로 수글수글 차오를 뿐. 본부에선 장수모기 인터뷰는 포기하고 

순발력 좋은 리포터 세워 뭐라도 찍어오라 한다. 큰 프로젝트에 사전 준비

가 매우 철저하다며 담번 라인업에서 좋은 결과 기대하라는 메세지도 함께.

뚜, 뚜, 뚜, 12시!

  PD는 시간에 맞춰 손짓한다. 카메라들이 밤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장님

식당' 간판에서 바라 본 거리가 무척 생경하다. 신인 리포터는 꽤 능숙하게 

멘트를 만들어낸다.

12시 1분

  식당주인 화자씨가 잠에서 깨어난다. 휴대폰 알람은 그녀의 너무나 규칙

적인 기상에 주눅 든 채로 꺼진다. 화자씨는 잠옷 바지를 대충 추키고 미닫

이문을 열어 방 밖으로, 형광등을 똑딱 켜고 손잡이를 밀어 식당 밖으로 나

간다. 그의 손은 11녀간 하던 그대로 버튼을 띡깍 눌러 간판에 불을 밝힌다. 

'장님식당'이 너무나 선명하다.

이 곳 간판 위는 ㅅ

  리포터의 마지막 단어가 완성되지 못한 채 멎는다. 모든 모기들이 타죽는

다. 내년모기를 만나면 제대로 한번 꼬셔보겠다던 모기들의 새해다짐도 함께 

타죽는다. 모기들은 불꽃이 되어 공중으로 튀어 오른다.


전국 모기들은 동족 수십 마리의 뜨거운 최후를 보며 두 팔 크게 벌려 새해를 

맞는다.






동거


얇아지는 비누를 도저히 보기가 어렵다며

얼른 새 것을 꺼내어 놓던 그 사람을

기억한다.

나는 그의 불안한 눈빛이 어딘지 재미있어

비누를 항상 물 속에 담가두었다.

어느 날 그 사람은 내가 코를 훌쩍이는지도

하나하나 개수를 세어 가며 먹던 책상 위 그의 사탕이

너댓개쯤 내 입속으로 사라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갔다.

한겨울을 한나절이나 맨 손으로 품던 그는

주춤거리며 들어왔고 내가 인사를 건네자마자

비누를 찾았다.

그 사람을 위해 비누를 물 밖으로 꺼내려던 참이었다.

난 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세면대 앞으로 간 그는

거의 다 녹은 비누를 꺼내 한손에 꾹 쥐었다.

손에는 새 비누가 들려있었고 사라지려던

비누는 다시 두툼해졌다.


다 녹았으면 어쩔 뻔 했어

거품을 버리고 똑 부러지길 바랄지도 몰라


그 사람은 말이 없다. 그의 꺼먼 손엔

거품이 될 수 없는 비눗물들이 매달려 있었다.






있잖아요 고무동 주민센터에서는


우리 동네에 주민센터가 없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고무동 주민센터에서는 로켙트 만드는 법을 배운대요

페트병 3개만 있음 되구 한 달에 오천 원이라는데 한 삼 개월 만들고 나면 

그 칠성사이다들이 그렇게 반질반질해 보일 수가 없대요. 쏴버리기로 한 날

은 아줌마들의 눈물이 그들 두꺼운 파운데이션 위로 하염없이 흘렀대요. 쓰

리, 투, 원 하는 순간 로켙트의 뒷꽁무니를 붙잡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

어요. 삼십명의 아줌마들이 초록 로켙트를 붙잡고 고무초등학교 운동장 위를 

날으는데 백화점 주차타워에서 그걸 지켜 본 관리인 임씨는 그렇게 감격스러

운 장면은 본 적이 없노라고 눈물로 고백했대요.

우리 동네에도 주민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죠?

고무동 주민센터에선 꽃꽂이를 배운대요. 고상한 음악 속에서 분홍빛 꽃이 

줌마들의 손 위를 오간대요. 싸구려 파마약과 인조 진주알도 우아해질 기회를 

얻은 거예요. 완성된 꽃병은 아줌마들의 부끄러움과 기대 속에 집안 곳곳에 

숨겨져요. 식탁 위에, 거실 장식장에, 신문만 쌓여가던 베란다 티테이블 위에. 

부끄럼이 많은 아줌마는 세탁기 뒤 작은 공간에 두었대요. 남편들은 저 꽃이 

영 맘에 거슬렸어요. 어울리지 않게 허세가 웬 말이에요. 아줌마들의 비행에 

크게 감동했던 관리인 임씨도 세탁기 뒤의 꽃병이 언제부턴가 신경 쓰였어요. 

임씨는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혼자만의 식후땡이 필요했거든요.

아줌마들은 부서진 꽃잎들을 주워 담으며 고무동에 주민센터가 처음부터 없었더

라면, 영원히 없어졌으면, 눈물을 감추지 못했대요.


우리 동네에는 주민센터가 없잖아요. 로켙트를 붙잡고 바티칸까지 날아간 아줌

마가 그랬는데 바티칸 산피에트로 대성당 주부교실에선 젤라또 만드는 법을 배운

대요.

우리 동네에도 어서 주민센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린 껍데기


한 개의 매미울음이 눕자, 밤이었다

따악 딱

소리가 과녁을 치고 달아났다

달아나지 못한 

만 개의 매미껍데기가 앓아누웠고

달아나지 못한

화약 냄새가 말라붙고

총성을 가우었던 껍데기

따악 탁 튀었다


끌 수 없는 한 순간

한 모금의 빛이 튀었다


한 개의 울음 잃은

만 개의 매미 위로

형광등 훤히 켠 버스가 오갔다

숨져 누운 총성들은, 냄새들은, 부서지며

더 이상 울지는 못했다


울지 못하는 

매미 껍데기가 울 때마다 형광등이 타악 탁, 찌르르 튀었다


타악 탁, 과녁을 친 울음이 껍데기를 버리고


한 개의 매미울음이 눕자, 밤이었다

긴 밤이 되어도 불을 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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