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었다 진 자리

by 꽃별천지 posted Nov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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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었다 진 자리


욕심어린 손길과 가혹한 발길질로

헝클어진 흙의 머리칼을

바람이 툭툭 쓰다듬고

비가 내려와 도닥였다.


누군가 귀띔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테지.

잠자듯 덤덤한 그 자리에도 

언젠가 노랗고 푸른 생명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는 걸.


손아귀째 뽑히고

그마저도 모자라 

속이 박박 긁히고 뒤집어졌지만

그 자리는 꽃이 피었다 진 자리이다.

만물의 이치가 비췄던 자리이다.


그러니 그대 함부로 밟지 말라.

함부로 욕되게 하지 말라.

그대를 처음으로 품었던 구유이며

그대의 마지막을 묵묵히 지켜볼

하나의 눈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