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 2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목구멍의 거미줄 찬양 외 5편

by 렉틱 posted Dec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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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의 거미줄 찬양              

                                                                      조수영

 

작은 기류 하나조차 일렁이지 않는

숨소리도 잦아드는 숨 가빠오는 적막

모두의 입은 그저 끔뻑끔뻑거릴 뿐


아까의 시끌벅적함은 어디 가고

싸늘한 겨울 바람들만 몰려 왔나

온 세상이 물든다, 그 허연 침묵으로


구태여 말타래 애써 풀어낸 들

얄쌍히 거짓을 고하는 것이니

차라리 다물란다, 닫을란다


그래도 충성스런 피가 흐른다고

일말의 남아있는 마모된 양심이

모두의 입을 단단히 봉해버린다



보듬는 손, 쓰다듬는 눈

                                                                           조수영


깔깔 비웃기 바쁜 야속한 해 녀석

모르쇠라며 내빼기 바쁜 바람 녀석

옹이 가득한 목 앞으로 홱 젖혀고서 

휘청휘청 서성이다가 툭 만났네


손과 손이 마주하는 찰나의 순간

그 영겁의 시간이 삐삐 울리는 때

찰싹 따개비처럼 달라붙어 있던 

손 할퀸 슬픔의 잔주름은 아스라지고


눈과 눈이 소통하는 찰나의 순간

거북이가 한 걸음 엉금 내딛는 때

심장 구석구석 여상히 꿰뚫은 바늘

서서히 사르르 녹아 아스라지고


그저 물끄러미 내민 손과 눈에

함뿍 담긴 온정에 흠뻑 젖어서

다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이 세상 그래도 살기 퍽 좋더라.


율무차 

                                       조수영


허기지던 밤, 주린 배 부여잡고

비척비척 걸어가면 텅 빈 부엌의

뽀얀, 텁텁한 구수한 율무차 한 잔


당신의 따뜻한 두 손에서

서서히 데워진 율무차

홀짝 입에 머금어보니


잔잔히 갈아진 잣과 호두

입 안을 툭툭 두드리면서 

날 꾸짖는다


내가 감히 긁어댄 그 마음에

소리 없이 흐르는 피 맛이

입에서 도르르 굴려진다


퐁당퐁당 경쾌하게도 청아하게도

당신의 투명한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

찻잔을 굳게 움켜쥔 채로 얼굴을 묻는다


내 볼을 후려치는 줄줄 흘러내리는 채찍

퉁퉁 부은 당신의 주름진 손을 몰래

가만가만 쓰다듬다가 난 잠이 든다


과수원 

                                   조수영


풋익은 사과 내음이

괴이히 향긋하기만 한

초록 과수원


퍼석퍼석한 사과들이 보드란 햇살 아래

탐스럽게 반짝이며 붉게 익어가는

정다운, 초록 과수원


떫은 풋사과에서 달콤한 사과로

농익어가는 사과들이 가득한

이 곳은, 초록 과수원


초록이 번져 붉어지고

붉음이 번져 초록으로

사시사철 물드는 초록 과수원



은하수를 응시하다 

                                                                  조수영 


어린 철 없는 내가 전등도 없는

푸성귀만 가득한 어색한 시골의

할아버지댁 가자며 조른 이유


씁쓰레한 고사리 씹다 몰래 뱉으려

총총 걸음소리 죽여나가며 나간

마루 위에 휘둥그레 놓인 은하수


혼자서 새까만 외로움을 가만가만

도닥이고 어루만지는 장밋빛 손가락 

그 끝에서 돋아나는 새하얀 비단실


철없이 두 손 뻗어 안기라며

소리치고 얼르고 다 해봐도

끝끝내 오지 않던 고고함


머잖아 거짓덩어리 누런 빛들에 가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야속함에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포기 않았지


그 날의 풋풋한 동심을 회고해보니

정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런가

임의 눈망울과 입술에 그 새하얀

아름다운 은하수가 깃들어져 있더라


구원하소서 


                                           조수영


아베 마리아

허리 굽혀 무릎 공손히 꿇고

정갈히 두 손 가지런히 포개

정성스레 빚은 마음 올려내오.


아베 마리아

가냘픈 음성 탐욕스런 음성

순한 그 분의 귀에는 어이

들릴 건지 나는 모르겠소


아베 마리아

당신의 어여쁜 자녀이자 충실한 종이라면

내 기도가 모두 뇌리에 박히셨을것이외다

우습게도 난 전혀 그렇지 않으니 어쩌겠소


아베 마리아

품은 희망 나누어 이곳저곳 붙여주시오

마음 속 그치지 않는 찬란한 빛 한 줌

영원히 가둘 수 있는 쇳덩어리라도 주오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오오, 이 비탄과 절규로 들끓는 마음을

한 치도 모르시는 당신께 감히 바치오

난 밤의 여왕. 한시도 쉬지 않고 아리아를 부르지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당신의 성스러운 양수로 흠뻑 적셔

온갖 사탄들의 접근을 막아주소서

아, 아버지 어머님. 그 이가 아파합니다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신성한 손과 발로 그 아이를 보듬으소서

그 동안 바친 기도를 차곡차곡 쌓으시나이까

아아, 아버지 어머님 전 어디로 가야합니까


저자 : 조수영

이메일 : liberty0630@naver.com

연락처 : 010- 6392-9750


부족한 시들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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