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편 응모

by 그림자세탁연구소 posted Aug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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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예술이다

-무료급식소

 

 

 

얻어먹는 사람은

짠 것을 찾게 된다

이미 삼삼하게 간해 나온 반계탕에

다시금 손님은

소금을 풀어 넣고 있다.

 

요며칠

그의 진한 슬픔들이

많이도 빠져나갔을 것이다.

 

국그릇 안에는

죽은 닭이 반 쪼개져 사는

이상한 바다 하나가 만들어지고,

숟가락 헤쳐 일으켜 세우는

기름 낀 파도 조각들이

무거워 보인다.

 

나는 덤덤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그 작품의 시작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천혜향

 

 

 

~잉크 여섯 개를 집어넣고, 네 앞에서 깜직해 질 거야.

깜박,깜박,깜박,깜박,깜박

깜박하고, 깜박 한 개는 오렌지 빛 햇살위해

놓고 올 거야.

 

오른쪽 눈으로는 질릴 때까지 널 바라보고

왼쪽 눈으로는

깜박깜박깜박깜박깜박

불을 켤 거야.

그러고도 모자란 불빛은 햇살위에 놓고 온

깜박 하나 깜박하고 떠올릴 거야.

 

오렌지처럼, 햇살처럼 나도

환하게 환하게 켜질 거야.

환하게 주황빛으로

눈이부시게 새콤하게

깜박깜박,깜박깜박,

깜박

까아~.

.

 

 

 

 

 

 

 

 

 

 

 

 

 

잔설

 

 

 

죽은 천사는

숨이 멎는 그 와중에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전부를

품어주었습니다.

 

내 방의 창문은

마치 액자처럼

오늘 아침 그를 담아두었습니다.

 

0의 체온을 지나쳐

죽고 또 죽고, 죽고 또 죽어

 

시체의 썩는 냄새 같은 건

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연약한 눈물에도 그는

고이 녹아 내렸습니다.

 

죽은 천사는 죽는 동안

내 세상의 전부를 얼려 놓았지만

그것은 내가 본 것 중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데 없는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바람은 어떤 술인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어쩌자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뼈저리게 취하게 하는가?

식물들은 또 어쩌자고 대책도 없이

저 바람 속에 몸을 놓고 헤매는가?

언제부터 육체와 영혼을 뒤집은 채

정신없이 저렇게들 취해 들고 있는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겨울은 왜 이렇게 독하디 독한 것인가?

이 겨울 내가 마신 소주 몇 병은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또 어떻게 불어오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흔들리고 있기에

이렇게도 심하게 비틀거리는가?

 

걷지도 못하고 차라리 부러짐을 택하는

식물들은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대취한 채 사는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우는 술버릇을 가진 식물들의 울음소리는

또 어쩌자고

그 안에 섞이어 발효되고 있는가?

 

 

 

 

 

 

 

 

눈보라 2

 

 

겨울 속에

틈이 있다.

 

그 틈을 지우려고

발악이다.

 

비켜라!

나는 저것 비집고 당장

전생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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