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悲觀

by 미성 posted Aug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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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무아지경 (無我之境)




안개 낀 저수지는
을씨년스럽고 기괴하다


빠질 수밖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저수지를 가리려던 안개는
기괴한 소문을 내던 안개는
나를 오히려 저수지로 이끌고
그곳에 빠트렸으니

구하지 마라 건져내지 마라
그대로 두고 가만히 보아라

시계 추는 춤을 추고
안개의 몰골는 축축하다
녹차향은 뿌옇고
열린 베란다 사이로 새벽의 소리가 들리니

진풍경이로구나.










이것은 시다

작정한 듯 움켜쥐는 연필

자살하는 글귀들 붙잡고

종이에다 죽여놓는 시체

이것이 시다


이것은 시다

누군가가 읽는다면 글은

살아나며 활개치는 좀비

침투하는 바이러스 좀비

이것도 시다


이것은 시다

이제 와서 부정하며 밀고

죽어죽어 밝은 채 비벼도

부패하는 시체의 섞은 내

이제 당신은 잊지 못할

이것은 시다








악어의 눈물



한참을

한참을


한참을 응시하다 뒤엎는다

답답한 눈알에 물이 살짝 고인다

피곤하다

시선을 거두고 집중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산만해진 고개를 흔들다 팔레트에

굳어진 화이트를 발견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굳어있다

붓 대신 펜을 잡는다







예술적인 시



너는

그려진 언어보다

잇따른 말로 금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너의 이름을

감히 함부로

너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공감이 고달파

헐벗은 나체를 또 헐벗고

가죽이 너덜너덜

떨리는 손목을 꽉 붙잡고

피맺힌 목소리는

이해 못 할 너의 태도라고


가려진 본명을

쑤시고 도려내 또 쑤시어

나만이 네 이름을

살 위에 헝겊을 덧 씌우듯

확실한 박음질해

이해 못 할 나의 태도라고


너는

가위에 안 잘리는

보자기, 무엇을 얻을 수 있니


편히 숨쉬기

온전한 착각

자유롭다는

노예의 착각










그대는 동쪽에서 깨어나
아침의 커튼 막을 열게 해

그대가 부는 영혼의 숨결
그대가 뻗는 생명의 손길

닿지 않는 곳 하나 없게
구석구석 빛을 쏘는 그대여
낮을 지배하는 그대여

그대의 숨결이 차단된 곳에
그대의 손길이 저지된 곳에

악을 품은 무리들, 
떼 지은 하이에나 무리들

그대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그대는 호흡이 멈추지만

내일이면 그대는 또다시 살아나서

낮을 만들고,
낮을 지배해서

악을 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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