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가벼움 외 4편

by 정없 posted Jun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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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


알람이 울리면 멍하니 있다가

메뉴도 기억 안나는 아침을 먹고

어제와 다를바 없는 강의를 들으러 간다


어제는 무엇을 했는지

그동안 무언가를 느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위대한 시인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라고했다


나는 그의 시의 기대어 절뚝거리지 않고선

이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한심한 일이다.


시에 녹여낼 삶도, 이야기도 없는

존재의 가벼움

흐릿한 인생




오랜만에 집에 찾아가 보았다

언제나 깔끔하고 정돈되어있던 집은

고장난 수도

빠지는 문고리

점점 낡고 고장나간다


시간이 서글프게 흐른다.

이제 내 기억속 그 집의

모든것은 낡아가기 시작한다

나의 부모님은 갈아끼울 부품이 없는데



여성주의


어린 날은 아저씨들의 시대였다

아저씨들은 나를 가르치려고만 들었다

술내음 가득한 그들의 조언에

끄덕거리던 내 고개는

바람불면 쓰러지는 갈대마냥

무의미 축제


시간이 흘러

페미니즘의 시대가 왔다

몇몇의 아가씨들은 나를 가르치려고 달려든다.

아저씨들을 미워하는, 

그러나 가장 그들과 닮아있는 여성들의

커피내음 가득한 조언에

내 고개는 익숙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정다운


나의 이름을 지어준 외할머니는 

내가 정다운 사람이기를 바라셨나보다

내가 희망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쁨을 머금은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길 바라셨나보다.


흐린 눈으로 뿌연 하늘을 보고

맥빠진 얼굴로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리고 그런 생각을 쓰는 

서글픈 나는

그 이름을 쓰진 말아야겠다.

정없고 비관적인 때는

그 이름을 말하진 않아야겠다.





노출증이 있나

남들은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섬세함을 수놓는 시를 쓰는데

나는 내가 몰래 생각한 것들을

토하는 심정으로 뱉어내게 된다.


소화도 안돼서 체하기 일보직전

게워내고 쏟아낸 우울함은

더럽고 역겨운 토사물

달빛과 별

벛꽃과 바람

구름과 밤바다 사이에

발가 벗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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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정다운

이메일주소 : daun2450@naver.com

연락처 : 010-5662-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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