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일
풀빛 향긋한 냄새는
생명 젖는 줄 모르고
질식토록 터질듯 한 살덩어리는
햇살을 포옹하고
어린 소녀의 수줍은 미소처럼
하얗게 드러낸 순홍의 얼굴
신록의 향기를 뿜으며
자연의 이치를 통달한 채
꼿꼿 세운 가지를 받치고
도도한 하늘을 겨냥한다.
물기둥
간지러운 감촉에
어둠을 밀며 아침을 재촉하는 햇살
하얗게 빛이 바랜 물 한줌으로
시원한 하늘에 지그시 담아본다.
이따금씩 떠오르는 쉴 새 없는
비릿한 푸른빛의 쓸쓸한 향기들,
얕은 샘에는 파닥파닥, 후-익 -쉭
널뛰는 어린 생명들,
너울지는 아우성들,
흩어지는 숨소리들,
어느새
푸르스름한 형체를 품은
기나긴 물기둥은
인고하는
순백의 날개인가?
솟구치는
청운의 소망인가?
꽃
잔뜩 독 오른 외투 속에
보드랍게 담아 있는
맑은 미소
저편 건너
수천 마일을 비상하여
푸른 체취 흩날리며
보스락 바스락
거칠게 헤어진
울퉁불퉁한 장대 위로
작열하는 광선아래
수줍은 듯
뒤 처진
그림자 짓밟고
하늘 향해
향을 피운다.
바 위
엎치락뒤치락 밀고 당기며
옆을 기대는 폭포수 아래
되튄 방울은 앞으로 치솟는 감흥에
소스라치듯 놀라 파편 되고
안타까운 장대비는 사뭇 주저하여
비스듬히 몸을 틀고
힘겨운 어제를 짓밟으며
수천 년 버텨온
매끄러운 머슴바위는
푸른 빛 머금고 아래를 지탱하며
하늘 향해 찌-릭 찌 리릭
눈 윙크하는데
아! 이제야 너의 자태는
산이 시샘하듯
뽐낼 공간 가두고
수천 년의 서곡을 펼치리라.
수(水)
뚜-더더덕, 쉬 이이익, 솨 아아악
다양한 자취를 담은 너는
저편 아득한 곳에서
꿈틀거리며 헤쳐 나와,
긴 팔 쏘아 올리며
힘찬 날개 짓으로 승천한다.
하늘을 담고 땅을 짓누르고
온 누리를 벌컥벌컥 유린하며
푸른 노을 속에 감춰진 싹을 깨우며
한바탕 어우러진 눈물을 훔치던 너는,
저물어 가는 꽃망울을
흔들며 핥으며 향 피우는
무심(無心)한 존재
썩어 주름진 허기에
바싹 바싹 다가오는
생명 수(生命 水)로 거듭난다
.
응모자: 박 봉철 010-6545-8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