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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7 18:19

빛의 정전 외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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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정전


타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심장을 닮은 초가


촛농을 흘려

앓고 있는 것들을 쏟아냅니다


흐르는 것은 흐르고

남겨지는 것은

한 자루의 위태로운 불빛


남겨진 이들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납니다


그러나

우주를 점화했던 생명의 불꽃도

처음에는 작고 약한

점과 같은 빛이었나니


오늘도

밤이 저물고 별빛은 조용히 식어갑니다.


달도 숨죽인 이 새벽

당신을 꺼뜨리는 것은

정녕


정녕 무엇입니까?




대학로 카페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 내리던 그 길 나란했던 발자국 위로

에스프레소 향 미련이 퍼지면

쌉싸름한 후회의 아련한 끝 맛만이

기억의 혀끝에서 맴돌 뿐 이었다


따뜻한 머핀 같은 망각의 달콤함은

입 안 가득 퍼진 쓴 사랑을 덮고


커피 연기처럼 피어오른 시간이

창문 밖으로 멀어지는 얼굴을

뿌옇게 흐려갔다


유리창을 안타깝게 문지르던 손바닥과

내리는 눈에 서서히 서서히

덮여가는 발자국


기억은 그 위로 눈처럼 쌓이고

잊혀가듯 눈 녹는 계절을 지나


다시 추억처럼 눈이

내리는 밤.


문득 떠오른 아련함으로 되돌아보았을 때

마음 속 깊이 찍힌

나란했던 발자국으로만 남아 있는 것들을


이젠 받아들이려고 한다


(아아)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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