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해를 바라보는 꽃처럼 외 4편)

by kpow핼 posted Feb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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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바라보는 꽃 처럼


해를 바라보는 꽃의 슬픔을 아는가

해가 떠있는 그동안 그  빛나는 얼굴 똑바로 보지 못해

망설이며 망설이다

결심을 하고 고개를 든다면

이미 해님 저쪽 가버리고 달님이 떠 있는

해를 바라보는 꽃의 슬픔을 아는가

꽃은 해를 원하고 해도 꽃을 알아주길 원하지만

해가 모두의 해라는 걸 알아버린 꽃은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꽃은

이제 그  행복 다 잊어버렸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어 해를 바라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해를 너무 바라보고싶어 살아가질 못하는 그런 꽃의


빛은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는 걸

꽃은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빛이 빛나는 그 때엔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시간 부족했겠지

달은 그런 꽃을 보며 토닥토닥 다독여 준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단다

익어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미학인 것인지


인생을 끝없고 목적없는 오랜 길을 걸어 가는 것


나도 어릴 땐 고개 빳빳이 들어 올려 주위를 둘러 보았지

다 같이 함께 하던 친구들과 사람들

저마다의 길로 점점 흩어져가고

나보다 앞서가는 저 친구 나 부러워 했나보네

나도 길따라 빨리 가보겠다고 점점 빨라지니

눈은 점점 길에서 멀어지지 않더라

그렇게 문득 내가 길만 바라보고 있다고 깨달았을 땐

내 고개는 익은 벼마냥 푹 숙여져 있었지

다시 고개를 들어 이리 저리 둘어 보니

여기가 어딘지 참 아름다운 곳이야

처음 보는 사람들 뿐이야

미아가 된 기분이었지만 자유로웠어


고개 숙여 길만 보고 다니면 심심하지

고갤 들어 풍경을 구경하며 가야 재미있지


인생은 끝없고 목적없는 오랜길을 여행하는 것





담배 같은 일


시작은 호기심에 했다지만

끝은 불같이 뜨거웠다네

그래도 남는 것은 재밖에 없었지 그리고 한줌의 연기랑


나의 의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처음에는 남들 눈치로 시작하다가

기침 몇번하고 눈물나버려도 억지로 참으며 멋부렸지

슬그머니 그 일은 일상이 되었고

불꽃이 다 타버린 이젠 남는게 없네

그렇다고 담배연기를 풍성에 모아두리

그냥 하늘로 날려보내는 거야

처음엔 하얗에 하늘을 색채우다

점점 흩어져가며 사라지는 거지

마음에 담아둘 필요도 기억에 오래남길 필요도 없는

그런 일인거지

그러지 오늘도 난 베란다에 서 있는 거야

가슴팍 한번 툭 건드리고 뻐끔뻐끔 하다 후 불고나면

이제 미련도 후회도 없는거야





원룸


방의 반은 침대 반의 반은 옷장과 책상 반의 반의 반은 냉장고 나머지는 내 안방이자 복도다 벽의 팔십프로가 유리인 문을 열고 나가면 베란다, 베란다의 반은 세탁기 반의 반은 잡동사니 박스들 반의 반의 반은 쌀가마니다 창문을 열면 창문이 있다 창문을 열면 방충망 방충망 너머로는 옆 건물의 벽과 창문이 보인다 2미터도 안떨어져 있다 베란다의 반대쪽의 문을 열면 부엌이 반 현관이 반이다 현관은 내가 만들었다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 싱크대는 컴퓨터 모니터보다 작다 그래도 가스렌지의 화력은 쌔다 싱크대의 물은 끝김없이 뚝뚝 떨어지지만 싱크대에서 뒤로 돌아 문을 열면 반은 화장실 반은 욕실, 욕실의 크기는 아침 8시의 지하철 3호선 만하다 수도꼭지를 온수쪽으로 틀면 2분간 뜨거운 물이 1분간 차가운 물이 번가라 나온다 화장실에선 윗집과 아랫집의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이런 나의 원룸이 닭장 같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치킨을 좋아하니까

욕조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안방을 몇분간 청소하고 싶다 몇초만에 끝나는 청소는 더 이상 싫다

베란다에 의자를 두고 앉고 싶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천장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더 이상 작아지기 싫다





광기


미친것일까

즐기는 것인지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를

밟혀버린 지렁이 처럼 꿈틀 대는 그 행위가

하늘을 붉게 물들인 해의 눈물 처럼

뛰고있는 심장을 두손에 올려 터트려 버린 폭죽처럼

보이지 않는 줄에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가 매달려

꼭두각시처럼 마구 춤을 추다

흐아 하고서 한숨을 푹 쉬어보변

입에서는 하얗게 입김이 나오겠지, 모든 것을 다 태운듯한 연기처럼


죽음의 나락인지 아님 생명의 창조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됐든 끝자락은 확실하고

그 끝자락에 서서 마음껏 역설을 음미하는데

입은 웃고 있지만 슬픈 눈 하고서

몸은 떨고 있지만 춤을 추고서

신음 내고 있지만 노래 하고서

미친것일까

아니면 미쳐버린 이 세상에 적응 한 걸까





이름 : 김동년

메일 : ehdsus121@naver.con

HP : 010-2847-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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