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다>
한 입 물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닭
먹고 싶어 전화기 젖꼭지 눌러댄다
신호음 꼬끼오 하며
우렁차게 날 반기지만
사실
목소리 주인공
너무나도 슬프게 울었을 것이다
미친 듯 들끓어대는 기름 앞에서
떠밀리기 전 마지막 외침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닭 한 마리
문득 생각나
전화기를 내려놓고 라면을 끓인다
<디스>
차가운 내게 안겨
뜨겁게 타오르던 녀석 꼬꾸라진다
손짓 한 번에 자신이 선택되었다며 신이나
하얀 정장 입고서 세상으로 나간 지 채 하루도 안되어
머리 새까맣게 질린 채 돌아와서는
고용주에게 내장까지 빨렸다며
하소연 하는 친구
그세 키마저 줄어 든 건지
엉덩이 노랗게 오줌 지린 채
자신 한 순간의 연기였을 뿐이라며
서글픈 눈물 재로 만들어 떨어뜨린다
세상에 말 없던 놈 너무나도 분했는지
한 순간 치익- 소리내고
재떨이라 불리는 내게 파묻혀 흐느낀다
<그림자>
날 따라하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나 태어날 때부터 따라다닌다
그런 너에게
몰래 편지 한 통 쓰고 싶어
잡지 책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간미연 치마 속으로
네 검은 머리 덮어 둔다
이제는 날 못 보겠지 안심하며
너에게 몰래 하고 싶었던 말 끄적이나
함께 한 시간 길어선지
녀석
이제 눈 감고도 내 행동 따라한다
<검은 것>
새도 아닌 검은 것
미친 듯 날아다니다
내 하얀 팔뚝 위 착지해
긴 더듬이 흔들며
안녕이라 인사한다
검은 밤
머리 속 하얗게 얼어붙고
가위 눌린 것 마냥 온 몸 굳은 것
소름이 날 흔들어 깨운다
비명과 함께 떠나가 버린 너
광택 흐르는 검은 날개 아닌
새하얀 날개 가진 숙녀였다면
이 밤 중 찾아온 너
아침까지 붙잡아 두었으려만
내 머리 털보다 긴 더듬이
흔들어대던 너는 이제 없지만
추악한 욕망 그 검은 것
검은 밤 중 머리 속 날개 퍼덕인다
<나비>
나비는 기분이 나쁘다
나비라고 불려서 기분이 나쁘다
그렇기에 한 마디
너희는 오빠 누나라 불러주길 바라면서
왜 나를 아저씨 아줌마라 부르느냐
번데기라 불러라
내 젊음 고치 속 있을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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