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골무외 4편

by 향천 posted Jan 26,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골무

 

동지섣달 문풍지 파르르 떨리는 밤

구들장 아랫목에

자식들 눕혀 토닥이며

어머니는 이불을 여미시고

윗목에 바람막이 새우잠 주무신다

 

자식들 부귀영화(富貴榮華) 누리며 살라고

어머니 손으로 이불에

바늘을 자맥질시킬 때마다

아름다운 목단꽃이 피어나고

베개에 복()이 쏟아진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궂은일 도맡아 하시며

한 번도 자신의 꽃은 피워 보지 못하고

온몸이 헤지고 망가지고

그때야 일을 멈추니 이미 때는 늦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한 땀 한 땀 놓으신 꽃무늬 위에

나는

한 자 한 자 꽃시()를 심는다.



도박 인생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 태어났으니

오광 잡고 살 것이라고는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살이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용기 내고 힘내었지만

도박은 부모도 속이는

안면몰수인 험한 세상

 

어쩌다 운이 좋아

평생에 다시없는 기회를 잡았지만

꾼들의 기에 눌려

목소리 제대로 내지 못했고

용기 없고 밑천 없어

이제나저제나 하다가

큰판 한번 잡지 못하고

 

세월에 빛바랜 은빛 머리

침침한 눈

초로(初老)는 아쉬움 가득 담긴

보따리 둘러메고

문지방을 나서는데

어기적거리는 발걸음

저 멀리 석양의 노을이 보인다.



석류

 

중생들은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살면서

기도하여 성불하고 싶지만

갈대와 같이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리는 게

중생의 마음

누구나 기도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불할 수 없는 것

싸리문 담장 옆에서

눈길 한 번 주는 이 없고

손길 한 번 주는 이 없어도

세월의 풍파에

눈물 삼키며 참고 살아온 수많은 날 들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

내 가슴 찢어봐

속이 터지게 쌓인

피멍든 보석 같은 사리들.



나목(裸木)

 

꽃피던 봄날은

꿈결같이 지나가고

때가 되면 언젠가는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것

 

빈손으로 왔으니

또다시 빈손인 것이 대수이냐만

세월의 고삐 잡고 가는

황혼의 보따리에 아쉬움만 한가득

 

산중의 앙상한 가지

철새 떠난 빈 둥지에 진눈깨비 나르고

노쇠한 산새는

푸른 그 시절이 그리워 노래 부른다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나목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초로(初老)의 인생은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미소 커피

 

오늘 너가

타준 커피 유난히 맛있다

?

너가 미소를

많이 타서 그런가봐.




이재춘

leejc4481@nate.com

010-4566-4481 




Articles

3 4 5 6 7 8 9 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