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을 사랑하다 외 4편

by 슨처루 posted Dec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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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꽃을 사랑하다

 

순간 스친 그 모습에 넋을 잃고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았습니다.

 

떨어지던 꽃은 떨어진 꽃이 되었지만,

내 맘이 떠나지는 않았지요.

 

쉽게 떨어진 꽃은

향기 잃고,

종국에는 그대, 문드러져 석어 버릴 테지만,

나 여기 꽃나무 자리에서 기다릴 것이에요.

 

한 냥에 기억과

한 줌의 땅 먼지를 품고,

떨어짐이 헤어짐이 아님을 반증하며,

꽃 향을 그릴 것이에요.


언 손

 

언 손에 입김을 불어주소.

 

다섯 갈래 단풍 같은 몸이 녹지는 않더라도

나와 그대 이 추위 속에서 나란함을 날숨으로 알려주소.

 

기온을 내리 끄는 냉기와

햇살을 쳐내는 바람에도

언제까지 온기를 불어주겠다고......

촉촉한 입김으로 계속해서 말해주소.

 

그렇게 그대 숨 뱉는 입술이 되어준다면.

나 이 손으로 그대 입술의 포근히 덮어주리


낙엽

 

삶에서 추락한 생명의 근원은

퍽퍽한 피부조각.

 

혈액은 증발하고서,

껍질은 추락하고서,

제 딴 다붓이 붙어있다만

안된 이들이 그러하듯이

석화된 혈관으로 전해지는 온기 따윌랑 없으리

 

피부 속 핏기가 가시고 떨어지기 전,

아무개의 책갈피가 되고자 했던 마지막 전언조차

행인의 발꿈치에서 가루가 되어

목 메이는 하늘 화장터의 연기처럼 나릴리라

 

마른 가지 가여워

제 속 마지막 타액까지도 내어주고 추락했으리라

앞서 간 피부조각 보며 흘릴 눈물조각도

아까워 내주곤 마른 눈물 흘리었으리라

 

그 세상 누군가낙엽에 저를 투영한다면그는 안된 이리라


낙엽수

 

당연하다시피 내년을 기다리며

가지에 머물 수 있기를,

황혼에서 뜨는 첫 별을 보며 기도했다.

 

불긋하게 단풍의 색을 머금고서도

낙엽이 되지는 말아야지,

한창 높아진 하늘 아래에서 되뇌었다.

 

마침내, 낙엽수의 마지막 잎새가 되었을 때,

살결 다 떨어진 잎맥으로 미소 지으며

벚꽃의 잎사귀를 바라보겠다.


주름을 보며

 

여름, 여인네 손가락마디 같이 그늘진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내 손가락이 주름 질 때

내 마음 속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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