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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3 14:58

그런 세상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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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

 

 


눈을 떠 새벽을 바라보았다
여명을 감싼 채로 나는 서 있다
습한 한기가 나를 적셨다
유리에 비친 나는 서리가 묻어 있었다

 

원래 있던 것처럼 눈이 내렸다
찬 공기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선하지 않은 바람이 진동을 울렸다
넓은 베란다 밖에 가지런히 놓인
마지막 달의 겨울

 

새벽, 눈 뜬 자들은 봄을 기다린다
잠든 누군가가 그리워할 따뜻함의 시작
바람을 그대로 맞이해
문을 연다.


새끼손가락

 

 

 

꽉 쥔 주먹의 선명한 핏줄이 흐릿해진 흉터를 가렸다

가쁜 숨을 몰아 내쉬는 사이 등허리에 느껴지는 포근함

그녀의 깍지낀 작은 손이 내 배를 감쌌다

등에 얼굴을 맞대며 나를 멈추게 했다

바람이 일어 크게 불어오는 바람이 사라졌다

 

넘기지 않은 달력에서 나오는 적막함은

빨간 편지지에 담긴 작은 손글씨가 묻어버렸다

새 다이어리로 오늘을 적어본다

 

바람에 부딪히는 커튼을 올려 바람을 맞는다

날개 양쪽 끝을 펴 활공하는 새를 바라본다

나뭇가지를 흔들며 다가오는 공기를 피하지 않는다

유리창은 손잡은 그녀와 나를 비추고 있다

 

내려오는 흰 천의 커튼은 조명을 가릴 수 없다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하얗게 웃어본다

눈을 감은 내 모습은 그녀와 닮아있다

 

누가 기억할까



사람 몇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잠깐 멈춰 섰다

주머니를 뒤지며 담배를 찾다 한 식물을 보았다

지나가다 늘 보게 되지만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

모래 아래에 얇은 줄기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자라듯 마른 가지에 잎은 푸르다

다시 뒤적이니 리어카가 내 옆을 지나간다

등이 굽고 누렇게 변질된 모자를 쓴 할아버지

펴 놓은 박스를 쌓은 리어카를 내려놓고는

폐지를 쌓아놓은 나무 밑으로 향한다

굽은 허리보다 더 낮게 숙이고 폐지를 줍는다

 

코트 밑으로 날아든 말벌 한 마리에

시선을 뺏기고 다시 걷는다

또 보이는 이름 모를 식물, 옆으로 쌓여있는 폐지

이름을 나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쓰다 버린 박스와 읽고 버린 신문

기억 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나간 것들을

한때 잘 나갔을 등 굽은 노인을


멀미



커튼이 열려있는 차 창 밖이 어지럽다

경적소리 섞인 푸석한 공기가 작은 틈으로 들어온다

아스팔트 위 회색으로 섞인 자동차들이 낮게 지나간다

귀가 막히고 나는 식은 땀에 젖어간다

눈을 세게 눌러 감고 노랫소리를 키운다

 

적막한 바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나무들이 흔들리며 내고 있는 소리가

막힌 귀를 뚫게 한다

어지럽게 변해버린 고향이 제 자리를 찾은 듯

내가 밟고 있는 흙 길은 예전 우리 동네 모습이다

작은 돌과 섞여있는 모래 옆으로 길게 뻗은 가로수길

풀벌레 소리와 섞인 바람소리

 

나루터 근처 부용대를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

큰 껍질 하나가 올라와 손을 대 보았다

적막에 빠져들어가 숨을 들이마시고 쓰다듬었다

멀미는 지워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

 

 

나를 닮은 사진을 발견했었다 낯이 익었지만 구별할 수 없었던

밟힌 낙엽에게는 붉은 색을 찾을 수 없었다

나보다 키가 한 뼘 작은 그는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돌계단 두 번째 층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명찰이 보였다 사진이 깨져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의 큰 호흡으로 먼지들이 태양의 빛줄기와 함께 떠올랐다

앨범에 사진을 끼워 넣으며 집을 나섰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있다

카메라에 녹이 슬겠다며 출사를 가자는 아버지 말씀

전파와 함께 진동을 울리며 전해진다

에어브로워를 집어 먼지를 털어내지만 이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극세사 천을 말아 면봉 모양으로 만들어 렌즈 표면을 닦는다

사각 프레임 안의 창틀은 이중 프레임을 만들어 낸다

창속에 잠겨있는 큰 꽃병 하나를 담아낸다

고석정 계단으로 내려간다

기암절벽 사이를 래프팅 하는 사람들이 가까워진다

아버지는 멈춰선 채 앞서가는 나를 부른다

작은 스크린에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인화된 사진들을 살피며 나를 닮은 인물의 사진

꽃병을 담아낸 프레임이 지나가고 인지한 사진을 발견한다

나와 키가 비슷한 그는 중후한 멋을 뽐내고 있다

그에게 유리에 갇혀있는 나팔수선화의 사진만 선물한다

 

유년시절을 곱씹을 수 있는 그의 붉은 낙엽

난 떨어진 낙엽들을 주워 담으려 서두를 것이다



성명:이남주

전화번호:010-5384-4826

이메일:promulgate@naver.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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