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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보다 작았다

    


바람이 불어도 달빛의 각도는 여전히 반듯하다

 

우리가 앉은 위치, 달이 떠오를 시각, 지나가는 고양이의 걸음까지

평면은 일치 했는데

 

나뭇가지가 부검하듯 그림자를 베고 있다

 

입면에서 보이는 사선의 어둠이란 어떤 것일까

가령 빛의 반대지점에 앉아 있는 새들이 내려다보는 느낌

 

어제보다 낮아진 그림자를 밟고 허공에 발을 휘저어 본다

 

네가 보는 일면一面은 지면에 닿지 않는 악몽 같은 거

커튼 너머의 어둠을 쫒다 불을 켜고 소각해버리는

 

고양이들이 빛의 반대방향으로 절개선을 그었을 때

사인死因을 모르고 그림자의 절단면을 펼쳤을 때

 

그러니까 나는 빛보다 작아져 있었지




사이에는

  


*    

역 사이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가끔은 알 수 없는 손짓들이

서로의 시간들을 끌어당겼다

각자의 우산을 더듬고

서로의 그림자를 핥으며

우리는 헐거워진 만큼 멀리 달아났다

이곳에선 아무도 젖지 않았는데


*

나는 지나간 역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갔다

각자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서로를 배회하다 조금씩 가라앉았다

창밖은 여전히 차갑고 고요한 나라

이따금 열차소리를 들었지만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다만 그럴 나이라고 생각했다

 

*

종종 문이 닫히면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바람은 서로의 반대편을 흔들었다

건조하게 촛불이 꺼졌고

우리는 펼쳐놓은 문장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많은 문장들로 안부를 썼고

그보다 많은 문장들이 지워졌다

    

서로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어주고 싶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파도의 흔적

   


시체를 쓸어내리듯 파도가 백사장을 빠져 나간다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몇 번

허기를 달래듯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세월의 무게만큼 발자국은 깊어진다

발견되지 않을 부패와 부패되지 않는 기억

나로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너

암묵처럼 부어오른 시간들이 자꾸만 출렁인다

내 악력으로는 멈출 수 없는  


과거의 틈새마다 서서히 부서져 내리는 파도

모래를 흩뿌리며 채워진 부피만큼

위태로운 조각들을 운구하던 한 때,

부스러기만 남은 등대에서

느린 시간들을 견뎌왔을 어느 한 시절,

우리는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이만큼 낡아있다

저 멀리 허공을 퍼덕이며

다시 허공으로 조우하는 몇 마리의 갈매기

적막한 백사장을 빠져나가는 타인의 발자국

겹겹이 쌓여가는 파도의 흔적들  

   


빈집

      


당신이 거울을 던지고 떠났을 때,

흩어진 파편에서 코카인 냄새가 났다

모든 빛의 반사는 환각이라 믿었으므로,

나는 정면에서 당신은 반대방향에서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을 비춰주었다

두 개의 바위 사이에 피어나는 거미줄처럼

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빛이 벌어지는 간격을 좁히는 일

어떠한 사연도 담지 않고 내려가 보는 일

바위가 흔들릴 때,

거울이 흔들릴 때,

돌아와서 당신을 생각하고 생각하다

문득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우리의 후각은 이미 사라진 줄 알았다

나는 어두웠던 자궁 속에서부터

당신은 길고 진득한 탯줄을 잘랐을 때부터

 


순간의 얼굴

 

지나간 혹은 지나칠, 어느 행간에 손을 집고

골몰하는 밤이면 각각의 다른 얼굴들이 쫒아온다 

동시에 달리다보면 순간이란 문득 

둥그런 어느 형태를 닮은 듯하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도로,

이를테면 빠르게 회전하는 바퀴 같은 거

마주볼 때마다 얼굴은 고개를 돌린다

좌측으로,

옆모습,

무한히 확산되는 기억의 단면

속도는 얼굴을 잊는다

옆모습, 일그러지는 도로

 


 



배일

010 - 5113 - 1170

sansamw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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