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해 등 시3편

by 여월 posted Jul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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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해


일찍 돌아가는 스무 해 조금 덜 채워 떠나는 길동무도 노자도 없이 가는


이를테면 날개가 없으매 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조차 훨훨 날 수는 없겠다

그린 날개는 분명히 날개가 아닐 테다


그것은 가루가 되어 흘 러 간


이를테면 그것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고 이미 조각난 내 이름 석 자 그곳에 있다는 것조차 굳이 알려 하지 않을 정도의 어둡고 시린 바다였으면 그저 나 하나 나 떠나는 이른 날 지나고 나중 나중에 바라던 사람 오면 함께 몸 맞대고 지새는 차디찬 바다의 값이 얼마나




■ 비비과장


흥겨운 풍악이 울린다


색색 도포를 걸친 양반들이 뛰어나간다

휘날리는 자락이 선하다

뿔이 두 개에 색 바랜 보자기를 덮어쓴 것이 들어온 까닭이다


잡을 듯 말 듯 기차게 쫓아다니다

종내는 흰 옷을 입은 양반을 뒤에서 밀어뜨린다

뒷걸음질치는 양반을 잡아 놓고는 놀려 준다

구경꾼들은 숨을 죽인다


양반을 잡아먹으려는 괴물 치고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처절하고 절박한 까닭이었다

왜인지 색색으로 칠해진 무서운 모습의 탈바가지 뒤에는

눈이 처지고 유순하게 생긴 이가 있을 것만 같았다고




■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눈을 뗄 수 없는 춤판 가운데서

내가 니로 꼭 잡아 묵어야 쓰겄다,짜내는 갈빛 음성에는

차마 말 못할 것이 섞여 있다


뒤이어 달려드는 탈 뒤에 숨은 이름 모를 얼굴은

우는지 웃는지 모를 일이다



이름: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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