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아니'라고 대답해>
나는 아직 '아니'라고 대답해
나 말고 너 말고 다른 누군가가
너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느냐고 물었을때
그땐
혼자 보는 저 달보다 우울해져
나는 아직 '아니'라고 대답해
언제나 그렇듯 야속한 시간이
너를 이제는 잊었느냐고 물었을때
그땐
줄곧 회색빛 감도는 내 상상마저 쓸쓸해져
시간의 손을 잡을수 없어
차라리 시간 속에 스며들어
그땐
민들레 후- 부는 아이보다 투명해져
<글 속에선 아버지>
정말 몰랐어
그대가 날 위해 산다는게
담백한 말 뿐인줄 알았어
아직 어린아이라던 내가
그대 생각보다 빨리 커져서
가끔 그대와의 투박한 놀이도
이젠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서
그대를 헷갈리게해
가끔 생각이 나
어쩌다 스치듯 잡은 그대의 손이
아쉬운듯 더듬더듬 붙잡던 손길이
곰살궂은 그대와의 반대로 투박한 손등이
'눈물이 날 것 같다'
찬 공기를 얼마나 쐬었을까
내 걱정 위로 그대가 해줬던 내 걱정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멈출수 없듯이 그대 생각이 나
맘 잡고 부른 "아빠"란 말에
아래로 쏟아지듯 "딸"이라 부른 그 목소리가
이젠 그대가 아이
그대 어깨가 비어가지만
바라보는 표정에
분명히 나타난 아버지란 사명이
나를 또 깨닫게 해
글 속에서만 아버지
사랑합니다
<너란 꽃>
너희는 꽃이고 색을띄워
옅은 분홍색이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에 씻겨져나가
그나마의 색을 잃어 창백해져도
흰 도화지에 밑그림만으로도 아름다운
너는 꽃이야
가끔은 한송이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너도 꽃이야
참기 힘든 바람앞에
발밑까지 이파리가 흔들리는 모습도 믿음직한
너희는 꽃이야
색보다 진한, 빛보다 영롱한
너란 꽃의 향기는 오늘도 나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줘
<작은 빛>
너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
목이 마를땐 물을 마셔야겠지
배고플땐 밥을 먹어야하지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느 깜깜한 곳에서
점 같이 작은 별빛이 반짝일땐
간단해
따와야지
<너에게로>
오늘도
닿을 수 없는 손을뻗어
여느때처럼의 찬 공기를 어루만져
나몰라라 맵게도 철썩이는
저 파도를 쓰담이는 내 손은
너무도 정성스러워
그러다가 마주한 노을 빛이
왜이리 노란 빛을 띄워
나는 믿을 수 없어 우두커니 서있어
그러다 나는 이제 돌아가려해
발걸음을 모두 돌렸는데
어째 부는 바람이
내 옷자락을 너의 바다쪽으로 펄럭거려
그 순간 그 바다보다 빛났던
내 가슴의 따스한 너가
가만히 나를 내려다봐
나를 위로하는건지 너를 위로하는건지
그때 또 다시 말이 이어져
"안녕, 나는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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