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시를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누군가 나에게 시를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분명 묘한 표정을 하고 암 말도 못할 거다
잘 하지도 못하고 배우지도 않은 주제에
시를 쓴다는 것이 아직도 부끄럽다
암 말도 못하고 돌아서서는 이렇게 끄적일 것이다
내 작은 생각 구름들이 제법 큰 하늘을 만든다
마음 속에 몰아치던 파도가 잠잠해진다
입 밖으론 나올 생각도 않던 진심들이
슬그머니 얼굴을 비춘다 글자 위로 나온다
하늘, 잔잔한 바다, 부끄러운 진심들이 모이면
비로소 내 세상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시를 쓰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분명 묘한 표정을 하고 조용히 말 할 거다
내 세상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기분을
너는 아느냐고
어머니
자신의 삶도 겨울이었다 분명
봄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럼에도 남아있는 작은 봄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두었다가
세상이 어둡다며 울상 짓는 나에게
마치 온 세상이 봄인냥
작은 봄 보여주어서 참 감사하다
마음 한 가득 작은 봄을 담으면
온 세상이 봄이었다
천지에 꽃이 피었다
우표 없는 편지
우선 그대 같이 어여쁜 꽃을
비바람 불고 태풍이 몰아치는 험한 내 세상에 꺾어다놓고
왜 시드느냐고, 왜 꽃을 피우지 않느냐고 투정 부린 것 죄송합니다
물에게도 햇빛에게도 그대는 보여줄 수 없다며
꽁꽁 감추고 가둬버린 것 또한 죄송합니다
물도 햇빛도 필요한 그대에게 사랑이면 되지 않냐며
화를 내고 그대를 아프게 한 것도 죄송합니다 당연
그럼에도 가쁜 숨 몰아쉬며 제 곁에 있어준 시간들은
참으로 감사합니다
사랑으로 포장 된 암흑뿐인 제 세상에서 버텨준 덕에
그 시간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꽃밭을 찾아 떠난 꽃은 잘못이 없지요
그러니 그대 탓은 먼지만큼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부디 꽃밭에선 행복하십시오
옭아매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자유로이 사랑하기를
매일 밤 기도하겠습니다
사랑
감히 제게 사랑이란 단어를
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임 없이 적겠습니다
그대 이름 석 자
그대를 표현 할 단어가 없어
밤낮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그대 이름만 수없이 부르던 그 날의 마음을 담아
망설임 없이 적겠습니다
그대 이름 석 자
제목 미정
저는 본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그리운 당신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
몇 번이나 펜을 들었는지 셀 수도 없지요
이리 저리 써보아도 마음에 차지 않아
내 마음이 작은 줄 알았다가,
그대 추억을 잊은 줄 알았다가,
그러다가 깨달았지요
제가 당신에 대한 글을 써내리지 못하는 이유
당신이라는 큰 우주를
고작 손바닥만한 종이에 담으려 했던 제가 어리석었지요
이 글의 제목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겠지요, 언제나 벅찬 당신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더욱 분발하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