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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어젯밤엔 멸종의 꿈을 꾸었다

해가 뜨면 방구석에는 누런 곰팡이가 자라난다

한 살 먹은 고양이의 발톱에는 검은 기름때가 찌들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재끼면 바싹 말라가는 모래들

알알이 똥오줌에 섞여 시큼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보라색 타일로 꾸며진 바닥이 자꾸만 갈라져 간다

창틀 아래엔 토분들이 주인 없는 숲을 키우고

날카롭게 잘려나간 잎사귀 끝에는 미처 마르지 못한 이슬처럼

맑은 침 몇 방울이 남아있다

타일 곳곳 눌러앉은 물때가 유난히 깊다


먼 곳을 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낯선 세계가 있다

허리춤이 녹슨 흰색 다마스가 가느다란 운명으로 얽힌 골목길을 지나가면

누군가의 손목에 채워진 시곗바늘은 또다시 지난 하루를 되감기 시작하고

사절지 지도를 따라 도시의 나이테를 누비는 사내

신기루를 향해 초점을 맞추는 눈동자가 뻑뻑하다

아침신문 헤드라인에 걸린 것은 어느 가장의 모가지일까


굴렁쇠 굴러가듯 돌아가는 자전거 페달이 위태롭다

야행성 동물들은 잠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두꺼운 눈꺼풀을 치켜세우며 시동을 거는 승합차들의 쇳소리가

시커먼 가래침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눌러 붙는다


꽃과 시장


지난 계절의 꽃말을 파는 꽃시장의 새벽,

아직 봄이 싹트지 못한 가게들 위로

꽃잎으로 수놓아진 간판들이 서서히 개화한다

침묵도 진열대에서 향기로 얼룩지는 이곳

피지 못한 자신의 삶을 꽃대로 엮는 사람들은

꽃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장의사인 것일까

못 다한 유언처럼 봉오리를 다문 꽃들에

수의를 입히듯 조심스레 포장지를 엮어준다

유리창마다 맺힌 시린 성에꽃을 지우며

묘비명을 적듯 새로운 꽃말을 새겨 넣는다

텅 빈 저 화분은 좁은 관처럼 비좁아도

꽃들에겐 어미의 자궁처럼 아득한 곳

태생이 조화인 꽃들이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화환 속에 꽂히며 첫 울음을 터뜨리고

봉분 같던 봉오리마다 새 이름표로 단장한다

툭, 툭 졸음이 한 잎씩 떨어지는 꽃시장

장례에 찾아온 이들은 탄생을 한 아름 안고

목련처럼 흰 마음으로 꽃시장을 돌아나가고

홀로 빈소를 지키는 사람은 꽃의 장례의 끝에서

이 계절을 엮을 꽃말을 향내로 피워내고 있다 


걷는다는 것


거실에 누워 햇빛을 오르는 달팽이를 본다

퇴화한 달팽이의 다리를 생각하자

발끝이 간지럽다

창틀 아래 늘여 놓은 화분들이 기지개를 편다

방금 막 새로운 다리가 돋아났다


거리마다 깊게 찍힌 기억들이 꿈틀거린다

그림자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찾아 떠나고

구름들이 대신 빈 자리를 채운다

나는 일기처럼 사물의 이름들을 적어 내려갔다


저녁의 걸음걸이를 따라 해본다

골목 곳곳 자리를 꿰찬 네온사인 간판들은

대수롭지 않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고양이는 침묵으로 누군가의 잠자리를 뛰어다녔다


달의 뒷면을 보기 위해 나침반을 버린다

둥근 궤적이 나를 반긴다

거울을 내걸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장 구석 거미줄을 치는 거미의 다리가 빛난다


소나기


판자 지붕 처마 끝에서 빗소리가 떨어져 내린다

누군가 급하게 찍어낸 문자처럼 툭툭툭

빗소리가 양재동 재개발 단지를 가득 채우면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진 물방울들이 아스팔트 바닥 위를 흐르고

재개발단지 속 버려진 것들은 물의 언어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랜다

갈 곳 잃은 들개처럼 몸을 기댈 곳을 찾아 고개를 흔드는 빗방울들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망가진 우편함에 살며시 고이기 시작한다

기울다 만 전봇대를 안테나 삼아 울려 퍼지는 물의 메아리

허물어진 건물들의 갈라진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간다

담장 아래 귀뚜라미들 깨진 유리창을 대신해 소리내어 울고

고양이들은 마당 한구석 검게 고인 외로움을 핥는다


비가 그치고 달빛을 먹고 자란 언덕길을 따라 걷노라면

미처 흐르지 못한 눈물이 발목을 적신다

어린아이를 달래느라 울지 못한 어머니의 눈가처럼

젖은 흔적들이 무너진 계단마다 푸른 멍으로 새겨져 있다

스스로를 달랠 수 없기에 물은 외롭다

나도 비가 되어 내린다면

당신에게로 나의 전언이 닿을 수 있을까

저녁을 마주하는 그림자가 깊어지고

더 이상 빛날 일 없는 가로등만이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바람이 분다


아이스크림 봄


파라솔 위로 무지갯빛 햇살이 궁그는 마로니에공원

만개한 목련나무 그늘에는

아이스박스의 뒷바퀴로 녹슨 계절이 돌아간다

아이들에게 봄은

가장 빨리 녹는 아이스크림

원뿔 모양으로 목련잎을 나눠 담은 아이들 너도나도

나무가 떨어내는 쪽빛 여운을 보고 울상이다

바닐라향 바람이 목련 나무 가지 끝에서 맴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흙바닥 위로 흘러내리는 봄

누군가 버리고 간 개들이 녹아내린 꽃잎 핥아 먹고

뭉툭한 손가락 곳곳

끈적하게 녹아내린 봄은 서서히 말라간다

털끝에 앉아있던 먼지가 민들레 씨앗과 함께 흩날리자

나무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모두 쏟아내고

구릉지 끝에 새하얀 구름 내건다

흩어진 봄을 모으는 아이의 손이 뽀얗다

봄 봄

꽃 꽃 그리고

샤르륵 샤르르륵







이름 : 최성연

연락처 : 010 6431 8915








  • profile
    korean 2016.02.28 23:25
    열심히 정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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