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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00:21

튼 살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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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 살



갈라진 건 당신인데
그걸 보고 있는 내가 아팠다

늙어 버린 어느 겨울,
그가 만든 오동나무 탁자 안
덕지덕지 서려 있던
옹이 같이

산 것과 썩은 것, 죽은 것들이

하나는 언 살을 뚫고 나온
새끼 가지를 말해주고
다른 하나는 지나 온 몇 개의
태풍도 말해주고
수도 없이 많은 하나들은
어린 날과, 설움과
여기저기 들쑤셔대는 벌레 같은 것들과

내가 뚫고 나온
당신의 배를 보고 있으면
산 채로 죽은 채로 썩은 채로
그렇게 숨 죽여 아팠다




사랑

얼굴이 붉다
곳곳은 달아있고 허연 비닐 같은 것들이
금실금실, 속이 상하여 마음이 먼저
간지럽고 따가웠다

그래도 그 입에선 늘
향내나는 말만 새었다
어여쁘다 같이 살자, 하고
무정하고도 감탄스런 말들만 연거푸

이런 게 사랑이라, 울었다
거울에는 울퉁불퉁하고 벌건
거적데기가 앉아 흐느껴 재끼건만

앞에 선 이는 거적데기더러
자꾸만 달금한 것들을 속삭이고
하이얀 면사포를 씌워 주기에



부정

서글플 때는,
불안할 때면
그런 모든 것들이 몰려오는
오늘 같은 날은,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부서져라
앙 물고 독 품은 두꺼비 같은
모양이 되었다

작고 이른 것들 먹여 살리랴,
골몰해 있을 때
당신 얼굴이 꼭 그랬는데
어른이 되어 때때로
지금과 같은 부정의 심연에 빠질 때면,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될 거라는 깊은 부정,
그것이 일렁이는 마음 곁 보고 있으면 
얼굴 마주한, 다르고 같은 것이 보였다

나를 닮아,
나와 같은 꼴을 하고 있는
나의 아가, 나의 딸아
다문 입을 풀고
하얀 스물여덟 창 살에
갇혀 있는 네 혀를 놓아주고,
편히 숨 쉬고 생각하기를,

깊은 부정에 빠진 내게
당신의 더 깊은 부정이 말했다



엄마 배

제 멋대로 죽죽 금이 간 살결이다
니스 칠을 제 때 하지 않아
물먹고 말라 비틀어진,
책상 위 오래된 나무 전등처럼
곳곳이 성기고 거뭇거리고
하얗고 불그스레하고

그게 스물 둘, 지금의 나
그것이 스물 둘, 어려서 아픈 엄마인데

몸 풀어주는 이 하나 없이
학익동 남루한 월셋방에서
열 달 품은 자식 내어 놓고 난
텅 빈 배는 대신 품을 것이 없어
속상하여 울다, 늘어지고 터지고
갈라져 버렸다

엄마 배는 그리 이십 년을 더 울다
지금의 그런 꼴이 되어 버렸다
엄마는 그리 담담히, 어려서 아픈 기억을
버리지도 못하고 품고 있었다




누렇게 누렇게 그을리다가
타오르고야 만다 기어코

나 먹고 살 일 생각하는 것도
네가 왜 너보다 어린 나를
옆에 붙어 두고자 했는 지, 생각하는 것도

이른 날에는, 어린 낮에는,
별 일이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다거나
허기가 져서 밥을 먹는다거나
그런 것들과 다르지 않은 것, 그렇고 그런 일

그러나 늙어가는 볕 다가오면,
환한 낯짝 기세 못 펴는 밤이 되면
입에 풀칠하고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작은 돈이라던가
이미 죽어버린 세상, 가장 가까운 이
생각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 밤,
깜깜, 해 지는 머리에서는
누렇게 열번 스무번,
더 누렇게 오만번씩 곱씹은 것들이
까매져 타오르고
그 타다 만 재들이 주먹같은
붉은 연통을 기어이 쿡쿡 막아버린다




김 슬 기
010-2498-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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