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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 한국인창작콘테스트 제 3차 공모

 

1. 어느 남자 주인공 영화의 ending cut  

 

불을 끄셨나요?

 

차츰 차츰 시력을 잃어 끝내 장님이 되는 남자는 살아있는 사계절 속을 걸었다

대용량의 필름을 흐릿한 품에 안고 그 계절들을 타고 다녔다.앳된 바람을 쥐고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서 진달래는 뿌옇게 빛이 바랬고

비는 노란 우산을 거부하고 남자의 눈물이 되려 했다

하얀 눈이 오면 오히려 선명히 보이는 것은 해의 반사빛. 깨달음의 독

 

프로필 사진에는 군복을 입은 밝은 청년이 남자의 이름 옆에 산다

세상이 가장 환하게 보이던 푸른 빛의 시절. 부질없는 회귀

 

오늘도 무거운 산을 오른다. 수동 카메라가 되어

마르고 빈 가지를 펴고 바람을 느끼는 겨울 나무와 깊은 포옹

하얀 눈이 푹푹 내린 날에 눈꽃의 향기에 취하고

비 쏟아지는 거리에서 노란 우산이 되어보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남자의 필름은 늘 허기진다

어쩌면

그래도라는 섬에서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들이킨다

숨은 쉬어지는데 가슴에 큰 벽돌들이 담을 쌓고 있다

아! 다시한번

숨을 크게 들이켜 보아도 담은 한층 더 높아지고 하늘 저편 문지기는 불을끈다. 검은 별들이 내린다

 

놓쳐버린 작은 풍경들

놓아버린 청춘의 꿈

손 잡아 줄 수 없는 사랑이 서성이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에

채워지지 않던 목마른 필름은 끝내 맥없이 풀어져 버린다

건널 수 없는 강을 향해 길게 길게길게

선명하게 흐릿하게 또는 어두워진 은린들이 사는 강으로

 

저기요! 불을 끄셨나요?

 

2. 나의 겨울 풍경은 

 

말라버린 나의 샘에 살고 있던 푸른 낙타가

사막으로 사막으로 물을 찾아 떠나는 날

눈이 내리더니 하얀 꿈을 꾼 자리마다

사라져 버린 자국들 흰눈으로 덮히고

그 속에 섞여 숨을 쉬어 보는 건조한 나의 아침

 

늙은 뻥튀기 장수의 외침 뒤에

부피가 커진 옥수수알들

빈 나뭇가지 층층이 하얗게 걸려있다

녹아 내리지 않으리라

나무눈꽃을 피우리라

 

함박눈을 등에 짊어진 설인이 지나간 자리에

홀로 누워 검은 전갈을 씹는 나의 겨울

긴 외로움을 네개의 다리에 나눠 가진 푸른 낙타가

흰 사막에서 샘을 찾았을 때

전갈의 이빨이 홀로 향기 없는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3. 바라지 문과 반다지 문

 

대청마루 건너에는 창이 있다

안쪽으로 바른 쌀뜨물 적신 창호지

휴식이 살아있는 문

삼십도 기울기의 맛배 지붕은

한 낮의 여름해와

한 밤의 겨울바람을 막아준다

사각 기둥 칸칸이 땅을 안고

흙속에 짚을 엮어 나무를 품고 있는 숨쉬는 집

차경을 마주보는 문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워낭소리

낮은 천정은 귀신의 기를 누른다

툇마루 툇기둥 퇴줏잔이 있고

대청마루와 뒤꼍을 이어주는 바라지 문

아랫목의 쉼이 숨쉬는 반다지 삼중 창에는

야트막하지만 발가벗겨진 아랫도리를 숨겨주는 머름이 있다

사람을 위해 사람이 지은 집

사람이 살았었던 한옥은 문화재 단지에만 있을 뿐

이제는 소박한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는 역사의 그림자가 되었다

 

 

** 머름 ㅡ 미닫이 문지방 아래나 벽 아랫중방에 모양을 내기 위하여 대는 널조각

 

 

4. 방치차량 처리 예고서 

 

유년의 꿈을 기차표로 바꿨던 영시오십구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행 밤 기차를 탔다

겉옷 두 벌 책 한권 차렵 이불 한 장

작고 쓸쓸해 보이는 보따리

도착한 야간고등학교는 어둠의 괴물이었다

 

또래이거나 더 어린 소녀들의 기계적인 미소는 섬짓했다

주저앉은 가슴에 어린 복사는 온 힘을 다해 종을 쳤다

낮엔 볼펜을 잡을 수 없어

재봉틀 바늘에 실을 걸고 내일의 꿈에 오바로크를 쳤던 소녀들이 지그재그로 누워서 새우잠을 잤다

종이 울리잖아 어린 복사가 울고 있어

보따리를 풀어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움켜잡았다

가난한 소녀들의 꿈을 환전하는 어두운 세상에 사느니 차라리 어린왕자처럼 뱀에 물려 죽는게 나아

 

서서히 햇살이 심장을 비집고 들어올 때 무작정 뛰쳐나왔다 기숙사라 불리우는 검은 괴물 뱃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학샹야간고등핵교입학안허도하룻밤방값지불혀고가야지

밤 아홉 시에서 새벽 일곱 시 만오천원

차가운 눈물이 한 장 남은 만원짜리 지폐를 적셨다

가난한 어머니께서 비상금하라고 숨어 울며 주신 만원권 지폐 한 장은 방치차량 처리 예고서가 되어 비어버린 심장의 대자보가 되었다

 

열 여섯 소녀는 아직도 통보장을 처리하지 못한 체 중년의 벽을 힘겹게 넘고 있다

치매가 걸려도 잊지 못할 열여섯 소녀의 냉혹한 겨울 거대한 도시는 이 곳 저 곳에 방치차량 처리 예고서를 붙이느라 섞은 밀가루로 여전히 풀을 쑤고 있다

 

5. 네 번째 척추뼈 

 

칭얼거리는 손녀를 업어 어르고 달래고 나니 응고된 분유 몽글몽글 만들어 할아버지 등에 토해 놓고 잠이 들었다

시큼달큰한 냄새가 시월의 바람을 붙잡고 코밑을 핱을 때 스스로 껍질을 덧붙이는 할아버지의 검버섯

집을 나간 딸

 

딸을 버린 사위의 무정함은 할아버지 가슴 밑바닥 냇물에서 소용돌이 친다

세상일에 빗금을 치며 떠도는 보따리 교수의 한 섞인 인문학 강의는 현실를 겉돌고

홀몸노인은 한 벌뿐인 수저와 분유병을 펄펄 끓인다

 

할아버지도 아버지 시절에 아가를 호박잎무늬 포대기에 둥글게 말아 업어키웠지만 아가는 딸이 되고 딸은 어머니가 되어 태반을 버렸다

이유도 사연도 앙증맞은 두 손에 꼭 쥐고 분유통 옆에 누워있던 손녀딸

볕이 야박하게 들던 반지하 월세방의 어설픈 동거는 밤마다 도둑고양이 울음으로 울고

 

뚝뚝 떨어지는 햇살이 아까운 늦은 가을날

등에 매달린 어린 손녀딸은 굽은 허리 네 번째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 판을 자꾸만 자꾸만 누르고 있다

 

 

응모 부문 : 시

 

주 소 : 충북 제천시 하소로 95길 하소 주공 3단지 아파 트 302동 1006호

 

본 명 : 장 윤 희

 

나 이 : 43 세

 

연 락 처 : 043) 648-2596  h.p 010-4623-1103

 

E메일 주소 : yunhee6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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