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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총알이 시간 속을 관통할 때

 

! 하고 총알이 시간 속을 관통할 때

지하철 유리에 비친 눈코입이 깨졌다

깨진 얼굴의 조각, 굴러가는 삼각형

모서리들이 왈츠를 추고 있었다

느린 템포의 음악은 아침이 되면 빨라진다

출근시간엔 다들 쫓기는 초식동물 같아서,

나의 목에선 아직 피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맞은편의 문이 닫힌다

또 다시 얼굴이 비친다

적당한 간격, 멀어져가는 반대편 열차에

그가 있다. 평행우주가 서로 지나쳐간다

내리실 때는 소지품을 잊지 말고 챙겨가세요

그가 얼굴에서 떨어져나간

시간의 파편을 줍고 있다

계단을 오를 때면

자꾸 계단이 따라 올라온다

마치 피레네의 성 같아서,

올라가던 그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순간, 그가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육지로 나온 인어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총알이 뚫린 부분엔

또 다른 그가 거품에 녹아가고 있다

기쁘게도




동생은 외계인

 

내 동생은 외계인이에요

동생의 몸속에는 소행성들이 살아요

가끔가다 소행성들이 충돌을 하면

피부로 벌겋게 번지고 일어나요

딱지들이 가라앉기 전,

나는 동생의 팔을 잡고 있다가도 놓곤 해요

 

유성우의 꼬리처럼 따라붙는 사람들의 시선

동생은 자꾸만 손으로 팔을 긁어대고

동생의 거칠거칠한 팔, 나는 은하수를 떠올려요

뻐끔뻐끔 들리지 않는 입모양으로

동생은 사람들과 교신하고 있어요

여전히 중력을 잃은 채 허공을 맴돌고 있네요

 

혹시 사람들의 눈초리가 싫어서

동생이 우주선을 타고

멀리 가버리진 않을까

나는 가끔 귀를 막고 동생을 불러보아요

동생이 받아쓰기 장에 그려온 무지개 비늘 물고기

동생의 동화책에 나오는 건데

자신의 비늘을 떼어주던 물고기래요

 

동생의 팔에 로션을 발라주는데

소행성들, 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와요




누구나 마음속에 악어를 키우고 있다

 

꿀꺽, 삼켜버리다 눈물 찔끔

턱관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입안에 도는 아릿한 피 맛

목구멍은 마치 깊숙한 늪 같아서

그 밑에서는 바깥세상이

둥글게 보이기를

탁한 밑바닥에서 뻐끔. 숨이 올라왔다

 

어디로 가야할까요?

안개 낀 일방통행에서 보이는 건

울컥 하고 토해낸

낮에 먹은 물고기의 가시가 가르킨 방향

우리의 대화방식은

서로의 등을 맞대는 것이었다

 

햇볕에 노출된 꼬리를

마음껏 잡고 흔들어보자

금세 폐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살아있는 것들의 초연한 덩어리

우리는 언제나 슬픈 거품 덩어리였어

누구나 마음속에 악어를 키우고 있지




사과

 

사과는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언성을 높여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새빨간 벽돌집 안, 창문은 없다

 

수분기 없이 말라비틀어진

아까 전에 보았던 애벌레가

신선하지 않은 입에서 뭉게지고 있었다

 

땅에 붙어있지 못하고

무중력의 사과는 마치

잘려진 제 뿌리 같아서

없지도 않은 다리로 툭툭

노랗게 물들은 벽지에 남긴 흔적

 

달지 않은 맛에,

처음에 관한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1. 풍선

풍선을 갈라보고 싶었다. 세로로 세우고 반을 가르려는 순간, 검지의 살점도 같이 벴다. 네 아버지에게는 보이지 마라. 꽁꽁 싸맨 붕대엔 어머니, 빨리 나으라는 입김 한 번 불어주지 않았다. 하나씩 꺼내먹은 과일 맛 사탕. 깨진 부분에 입천장이 아려왔다. 쪼그라든 풍선이 꼭 죽은 할아버지 같다.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던 할아버지. 손에는 늘 링거바늘이 있었다. 입으로 분 풍선을 하늘 위로 날아가지 않았다.

 

2. 아버지

어머니가 사채를 썼다. 빚 독촉장이 날카로웠다. 아버지는 만져보지도 못한 돈들이 자꾸만 자라났다. 술을 마신 아버지의 입에서는 천만 원, 천만 원, 천만 원. 어머니가 나를 현관 쪽으로 밀어낸다. 어린 동생을 감싼 포대기의 온기만 품 안에 가득 차고. 언성이 높아지면 아버지가 꺼내든 주방용 칼. 팔이 떨리고 있었다. 뚫린 곳도 없는데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다. 그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다. 어머니는 나에게 짐을 싸라고 했다. 구겨 신은 신발. 엄마 내 교과서는? 잔말 말고 얼른 따라 와, 어머니의 발바닥에서 피가 난다. 차들의 헤드라이트는 별보다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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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시인 2015.12.20 21:56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더욱 분발하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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