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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손톱 뜯지 마.” 손톱 뜯는 버릇이 있던 나에게 귀에 박히도록 네가 한 말 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손을 입에 대곤 하면 너는 내 손등을 탁 쳤다. 손톱을 뜯을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나타나서 눈치를 주었다. 나는 괜히 짜증을 내기도 했고, 짜증을 다 들으면서도 너는 포기하지 않고 잔소리를 했다. 내 손톱은 그랬다. 하도 자주 뜯어 톱니바퀴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 손톱을 보고 너는 손톱이 이게 뭐냐며 테이프를 열손가락에 다 발라주곤 했었지.


“손톱 뜯지 마.” 책상 앞에 앉아서 허공에 혼자 중얼거렸다. 귀에 돌아오는 건 습기 찬 내 목소리뿐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톱니바퀴 같은 모양도 아주 사라졌고, 손톱을 깊게 뜯어 피가 맺혀있지도 않다. 다만 둥글둥글하게 잘난 손톱만이 내 손 끝에 있다. 사실 나는 이렇게 잘 난 손톱 같은 거 하나도 필요 없는데. 오랜만에 손톱을 입에 물어본다. 아무것도 없다. 다시 괜히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다. 미안하지만 네가 고쳐준 버릇 하나도 소용없다.


정말 하나도 소용없다.



아버지의 길



“내 아버지는 술 때문에 병을 얻으셨고, 돌아가시기 하루 전까지 내게 소주 심부름을 시키셨다.” 조용히 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와 닮아있지 않다. 아버지는 그 때 나만치 어린 열여덟 소년 이었을 터인데 아버지는 지금도 술을 드시지 않는다. 나는 체형과 성품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마저도 아버지를 닮아있다. 크디큰 태양 속 이름 없는 운석이 박힐 것을 알고 계셨을까. 이렇게도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있는데 아버지는 이름 없는 운석을 위해 그런 무의식마저도 꾹꾹 눌러 담으셨으리라. 외로우신 홀어머니의 굽은 등을 보는 당신의 동공. 퇴근 후 현관에서 조용히 큰 구두를 벗겨내는 당신의 손. 나와 닮아 아버지의 아버지를 이해하셨을 당신의 마음.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지만 알 수 있다.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았지만 볼 수 있다.


나는 천천히

아버지의 길을 걷는다.

이미 깨끗한 길을

또 다시 닦으며 걷는다.

이미 말 없는 길을

또 다시 조용히 걷는다.




어린 시인


무얼 하려 하필 나는, 나는 하필 왜 시인이라는 하늘의 명령을 짊어지었는가. 왜 나는 진한 흑연 묻어나는 기다란 나무 조각을 손에 쥐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천명을 받았는가. 나는 한 문장의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한 폭에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는 그런 삶이 나의 삶임을 전혀 몰랐음이다. 그 무지는 열여덟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뇌 속에서 서슬퍼런 칼날처럼 박히는 불가의 돈오(頓悟)같은 깨달음 이었다.


나는 그리고 싶더라. 나의 즐거움과 눈물과 사색을 세종께서 만든 그림들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픈 내 마음을. 그 마음은 수학으로, 영문학으로, 철학으로, 어떤 깊은 학문으로도 표출할 수 없는 나의 자아이었다. 그 마음은, 그 마음은 내 마음이었다. 그것은 중년의 배부른 영어 선생의 수업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내 젊은 날의 욕망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시인의 배고픔마저도 이겨낼 수 있는 나의 포만감이었다.



남자의 보물상자 


아파트 층간 창문을 늘어지게 바라보며

남자는 자신의 4500원 짜리 보물 상자 속 허연 담배를 꺼내 들더라

담배의 주둥아리에 빨간 불을 붙이고는

불을 머금을 것처럼 빨아 들이더라

그러고는 이내 불보다 더 뜨거운 숨을 뱉더라

사라지는 연기들과 날아가는 재들을 보면서

빨아들이고, 뱉고, 빨아들이고, 뱉더라

나는 보았는데

그 숨에는 혼자 계실 어머니가 있고

꿈 이루자 말하던 죽마고우가 있고

사랑한다 말하던 첫사랑도 있더라

얼마 안 지나서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필터밖에 남지 않은 꽁초를 버리더라

그리고는 다시 보물 상자 속 허연 담배를 꺼내 물더라

담배의 주둥아리에 또 다시 빨간 불을 붙이고는

또 불을 머금을 것처럼 빨아 들이더라

빨아들이고, 뱉고, 빨아들이고, 뱉더라

나는 보았는데

여인네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서로

커피숍에 앉아 라디오처럼 떠들지만

남자는 그 많은 말 대신 담배 한 가치로 하늘에게만 털어 놓더라

또 필터밖에 남지 않을 즈음 남자는 하늘에게 모두 털어 놓았더라




새벽의 값어치


새벽2시. 허연 달의 향기가 커튼 속에 스며들고

이불 속 가두어진 나의 아무렇지 않은 작은 몸

어둠 마저 들떠 있는 이 시각

침대 맡에 벗어놓은 뿔테 안경

나는 고요히 홀로 눈을 감아본다

박쥐처럼 어둠보다 더한 어둠을 찾아 해매인다

서늘한 공기의 울음 넓은 어둠 고요한 맥박

모든 것이 어우러진 뜨거운 이 시각은 새벽 2시.

내려 앉은 눈꺼풀 위로 달빛의 입맞춤이 느껴지고

나를 안는 두꺼운 솜이불에도 데워지지 않는 나의 몸

창문 틈으로 짓궂은 바람은 십자가처럼 내 몸을 결박하고

아무것도 느껴 지지 않는 새벽에 나는 홀로 자리한다

이 시각. 책상위에 올려놓은 생수병은 찰랑거리는 바다보다 아름답고

벽걸이 시계 초침의 빠른 걸음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다

콧속으로는 황홀감이 쉬어지고 귓속엔 찬란함만이 들리우는

이 시각

그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황홀을 가만히 느낀다

새벽 2시. 아무렇지 않은 나의 몸뚱아리에 조차 의미를 불어넣는 시각

아무렇지 않은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게 되는 이 시각

그 누가 알려나 이 시각이 그런 시간임을







이름:박지원

연락처:010-9692-4885

메일:jwpark04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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