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꽃병> 외 4편

by 현가 posted Dec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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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


거짓말로 유리병을 가득 채웠다

허물인양 유리병은 조금 녹았다


투명한 유리가 허물처럼 녹아

유리가 물이되어

조금 짠 눈물이 되어


그대가 맛보았다

나의 유리는 들통났다


들통난 유리를,

애써 식언했다


그럼에도 너는

내 유리병에


꽃을 꽂아주었다





<별을 따다>


사람은 마침내 별을 따내었습니다

그 별은 가로등에도

우리 집에도

곳곳에 박혀있습니다


밤이 오면 우리들은

수많은 별들 사이에 서서

하늘을 보지 않습니다


마치 일상인듯

당연한 권리인듯


사람들은 별을 따서

별을 무시합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언젠가 눈이 멀어

진정한 밤을 맞이할때


나를 가로등 아래

은은한 불빛으로 인도해줄 이를

무시하진 않았는지





<그림자를 그리다>


나는 검은 구름을 그리는 기분입니다


좀처럼 긋지 못하는 그림자의 끝 뒤에

내가 서있습니다


필히 나의 일부일텐데

아무래도 애착이 가지 않습니다


밟히고

찢기고

잊혀지더라도


나의 그림자는 그대로

두리뭉실한 채로

윤곽선을 가지지 못한채


평생을 나의 곁에

충실한 도베르만처럼.


그래,

목탄을 쥐자.


목탄을 쥐고

멋드러진 갈기를 선사하자


난잡하게 열정을 담아 갈겨서

다른 그림자마저 잡아먹도록.




<유기견>


저 멀리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는

텅 빈 수평선에 식어갑니다


푸른 하늘에 잿빛 구름

언젠가 당신의 배경이 되곤 했습니다


나의 말은 당신께 닿지 않았지만

당신의 말은 나에게 닿았다는 것을


그것을 알면서

나를 이용하고

나에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나는 당신과는 달라서

당신의 사랑이 더 좋아서


비록 당신에게 버림받은 몸일지라도

오늘도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리워합니다


나는 추운 겨울이 좋습니다

나의 몸이 얼어서

내 발이 움직이지 않아도

나의 심장은 당신보다 따뜻해서


떨고있는 당신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눈이 내린 밤>


어딘가로 돌아가는 길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하얀 꽃의 흩날림


그토록 차가운 밤이었건만

발밑에 밟히는 감촉은 포근했다


그들을 밟아 나아가며

소복이 마음에 쌓아가며


살포시 마음에 덮은

깨끗한 흰 천


그들이 녹기 전까지는

잠시동안 나의 마음을


조용히,

조용히 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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