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옅은 하늘색
너를 처음 봤을 때
네가 가진 색이었다
잔잔한 파랑이 다가와
무지갯빛 물보라를 일으켰다
너만의 색이 있음에도
더 많은 색을 더하기 위해
옅어지고
옅어지고
또
옅어져서
이 좁은 공간에 들어온 것 같았다
가끔은 나를 타고 놀았고
가끔은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가끔은 나에게 말을 걸었고
가끔은 나를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찾아왔을 때 넌
더이상 옅은 하늘색이 아니었다
여전히 밝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힘겹게
조심스럽게
벗은 그
가벼운 깃털 속
넌
잿빛
하늘빛은 온데간데없이
짙은 보랏빛 먹구름이었다
모두가 매달려 있는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풍선이 아닌
아무도 잡지 않은 풍선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넌 내게 말해줬다
그 풍선을 잡을 거라고
잡고 나-갈 거라고
목소리만 들었어도 알 수 있었다
너의 파랑이 돌아왔음을
생기있는 파랑이 다시 일었음을
굳이 깃털 옷을 입지 않아도
날 수 있게 됐음을
이전의 너를 조금 되찾았음을
내가 아는 너는
분명
그 풍선을 다시 띄울 것이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바람을 넣고
힘겹게 너를 붙잡던 것들을 버리고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난 바란다
나도 너처럼 날 수 있기를
윤동주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뭐가 그렇게 당당한가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 걸까
세상이 그를 힘들게 했던가
-환경을 탓했던가
아니면 그가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가
-자책을 했던가
그의 이상을 이제서야 안 내가
그를 동경하는 것은 내게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려앉듯
무거운 검은 얼룩을 준다.
만년필 잉크처럼 검은 글씨처럼 밤하늘처럼
알 수 없는 깊이를 자아낸다.
부끄러운 것 하나 모른 채 살던 내가
이제서야 부끄러움을 느끼는구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만사태평에 대한 부끄러움을
무엇을 그리도 꿈꿨을까
-무엇을 꿈꿔야 할까
무엇을 그리도 원했을까
-무엇을 원하는 걸까
힘들다 힘들다 하는 세상에서
-그리도 좋다는 세상에서
무엇을 그리도 꿈꿨을까
-무엇을 그리도 쫓았을까
더 나은 세상임에도 못한 내가
오히려 더 나은 그가
고개 숙이는 법을 알려주는구나
버스 안에서
저기 있는 저 불빛들은
누구의 길을 밝혀주는 걸까요.
누가 그렇게 바쁘길래
아직까지도 집에 가지 못한 걸까요.
저 불빛들은 그들만의 것이지만
나를 밝혀주는 이 불빛은
나를 데려다주는 이 버스는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나는 무소유를 실천하지 못해
나의 방에서
나의 은은한 불빛은 켜놓고
나의 침대에
아늑하게 누워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차가 한참 동안 밀리고 있습니다.
난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일상
세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내가 매일 보는 것은 좁습니다
밤하늘은 이렇게나 넓고 깊은데
내게 허락된 밤하늘은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친 네모뿐 입니다
도시의 밤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나의 밤은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나의 일상이던 별과 달은
더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었고
나를 울렁거리게 합니다
그 울렁거림은
눈물을 만들지도
미소를 만들지도
않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난 여전히 그 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빛
저 빛은 과거의 빛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과거의 빛이 여행해와
비칩니다
지금도 있는지
잘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출발해도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당신의 빛도 와있을 겁니다
닿을 수 없는 그 빛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뒤늦게서야 그저 슬퍼할 것입니다
홍성민, sungmin3121@naver.com, 010-9773-6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