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축축한 오뎅국물에 취해서
너를 안았다.
안아서 안아서 하얘진 몸
그 속은 비어서
땅에 도착하면 까발려져
투명해졌다.
너무 솔직하면 녹아버리니까
너를 두겹 세겹으로 안았다
보이고 싶지 않은 만큼 더 꼬옥
쌓이고 쌓여서
뭣이 진실인지 모를정도로
나는 너에게
흘러 내려 잊혀질
액체이고싶지 않아서 차라리
밟혀도
자국 남는 아픔이 되고 싶어서
안아서 안아서 하얘진 몸
그래도 속은 비어서
먹다 남은 국물에 녹아버리는
그게 나라서
너를 놓쳤다.
<말하기 싫은 날>
그런날이 있어요
말을 하면 안될 것 같은
말을 하면 뱃속에서 무언가가
꿈틀 하고 웩 나올 것 같은.
보통 날이면 골목 마다 밟아가며
숨박꼭질에 무궁화꽃에 바빴을텐데
오늘은 온 세상이 갈색과 노란색으로만
보여 특별한 빛이 없어요
속이 뱅뱅 돌아서
토하고 싶은 내 맘을 어떻게 알았는지
가게 앞 펼쳐진 종이상자 위에
토 하지 마세요 하고 빨간 색연필로
몇겹이나 써져 있어요. 이렇게 분명하게 요구하면
난 도리어 참을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 막혀진 토는 벌써 목구멍까지 올라왔어요
집으로 급히 발을 돌려요
목구멍에서 잇몸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요
그 여유를 앗아간 건 아마 당신 그리고 당신
난 생각을 하기 싫어져요. 곰씹는다는 것은
그만큼 토할 게 늘어난다는 뜻이에요.
나에게 뭘 원해서 멀리있는 우리집까지
찾아와, 사실 그리 멀지 않다 해도,
노크를 하고 갔나요 나를 다시 보고싶었나요?
그런데 왜 똑똑 소리만 내고 다시 빗장뒤로 숨어버렸나요,
내가 꺼내주길 바라나요
나는 나오기야 했어요 찬바람을 뚫어
도착지는 나뭇잎 떨어지는 곳이에요
하지만 이제 토가 목구멍을 넘어 입천장에 닿을락말락해요
그건 아마 당신 생각 때문이에요
난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고 문고리를 붙잡고 바짓가랑이까지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내 손은 두개라
당신 바짓가랑이는 잡지 못해요
아쉬운가요? 나는 야속하다고 생각해요
길거리의 그 빨간 글씨가 야속해 죽겠어요.
<연애가 하고 싶다>
모텔 밖 바람은
스산한 아침
네가 태우는 담배는
콘크리트와
맞추는 5cm 남짓의
입술
열기는 네 발치에서
내 신장에서
네 귓가에서
내 손금으로
가슴 속이 아닌
땅으로 고꾸라진다
그대들의 웃음 소리는
내 장송곡
손을 맞춰 짝짝짝
순댓국 냄새가
바람에 실리면
욱씬거리는 갈비뼈
벗겨진 잣나무 사이
초록색 셀로판지로 덧댄
어설픈 마음
또 한 대 연기로
가려 본다
아-연애가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