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의 하늘
널 보며 얼마나 울었던가
따뜻한 너의 색을 보며
무슨 색에 잠겼던가
눈 부신 너를 보며
마음을 살며시 열면
그 순간 너는 사라져 버렸다
너와의 첫 이별에
얼마나 울었던가
다시는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그래도 넌 매일 그즈음
아주 조용히 찾아왔고
난 이전의 다짐을 잊고
다시 슬며시 열고야 말았다
그렇게 그런 이별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이별에 딱지가 앉고
그렇게 단단해졌다
결국,
기다리고 여는 법을 깨우쳤다
상처 입지 않으려
외면했던 그 순간들을 멀리하고
무엇이 행복인가를 깨우쳤다
이제 붉고 따뜻한 널
떠나보낼 때에
웃으며 보내려 한다
사랑의 이름표
가슴 떨림과
물드는 볼과
피의 솟구침은
나에게 너무 멀다
누구에게
그러한 것들은
숨소리도 느껴진다 하던데
나에겐 별똥별과도 같다
어쩌면
피의 솟구침의 숨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나도 사랑을 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던 피의 솟구침과
하늘의 빛남을 알 때마다
끓어오르던 피의 솟구침
그렇다면 나는 내딛는
걸음 하나, 하나마다
빛나는 구름 하나, 하나마다
이름표를 붙이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열아홉
한기가 서린 방 안
오늘이지만
왠지 자고 일어나면
내일인 듯한 새벽에
잠이 들기 전
나의 열아홉에 대해 헤아려보았습니다
열아홉,
열아홉.
괜스레 이 단어가 맘에 들어
여러 번 새겨 보았습니다
이 숫자의 의미에 대해
감기는 눈으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단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희망이자
나의 설렘이었으며
나의 마지막이기도
나의 희생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
나에게 열아홉은
선택이었습니다
나의 열아홉은 무엇일까
아직 다 헤아리지는 못했지만
복잡함을 뒤로 하고
조용히 퍼지는
시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내일 같은 오늘인
아침을 맞이해야겠습니다
내일의 열아홉을 꿈꾸며
눈을 감아봅니다
눈에게 하늘이란
겨울의 솜에 누워 본 하늘은
차가운 솜에 누워 본 하늘은
웃음이었다
하늘이 내게 보여주는
작은 미소 같은 거였다
난 행복을 잊지 않았던가
머리에 가뭄이 들고
기억이 사라져버린다면
이제 하늘을 보자
행복을 기억하면
머리의 가뭄도
사라진 기억도
하늘이 그 크디 큰 웃음으로
채워줄테니
난 눈 위에 누웠지만
내 등은 따뜻했다
하늘
태어나서 너 같은 이를 처음 보았다
하나의 꾸밈도 없이
푸른 마음을 보여주는 너 같은 이를
난 본 적이 없었다
봤지만 잊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널 보았을까
항상 그자리에 있던 널
잊고야 말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우리를 재촉했을까
빌딩 그림자 속 우리들은
매일 땅과 대면하곤 했었다
사실 넌 나에게
옛 사진첩 같아서
널 보면 추억이 구름처럼
어린 시절들이 뭉게 뭉게 떠다녔다
그런 내 맘도 뭉게뭉게해졌다
우리는 그 시절들을
너에게 걸어놓고
까마득히 잊었었나보다
이제 다시
널 보며 살아가야겠다
땅 대신 널 보며 살아가겠다
너의 푸른 마음을 보고
내마음도 푸릇해지고 싶다
빛과 이별하는 그 순간마저도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너 같은 따뜻함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너를 닮고 싶다
비
손님이 왔다
똑 똑 똑
창문을 두드린다
나는 창가에 엎드려
눈을 감고
머릿속을 하얗게 지워본다
내 도화지 위
발자국 없이
스쳐가는 소리
똑 똑 똑
넌 조용하기도, 시끄럽기도 하다
속을 비우니
내 마음도 다 비운 듯
참 바람이 분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
물 흐르듯 흘러가는
나의 시간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 사
시간을 만들어 본다
새로 생겨난 시간
소중함을 잊은 채
다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었다
시간은 시냇물처럼
커피도 시냇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