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겨울이
다시 잠을 자러
들어갈 때 즈음,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고는
하늘하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벚꽃이
흔들린다.
그렇게 한없이
그저 흔들거리기만 하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같이
바람을 타고
내려온다.
코 끝에 사뿐히 내려앉은
한 송이의 벚꽃에서
향긋한 내음이 난다.
살살살살
간질이던 내음이
몸속에 들어 가
따듯한 혈액과 함께 해,
끓어오름이 느껴졌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아, 왔구나.
봄이 왔다.
짙은 모래바람을 뚫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실루엣
선명했던 것이
흐릿해졌다가
보일 듯 말 듯 해졌다가,
닿을 듯 말 듯 하게 있다가
애간장이 타들어가게 하다가,
안도감이 들게 하다가
눈물이 차오르게 하다가,
미소가 번지게 하는
말이 없는 밀당의 존재,
실루엣.
부탁이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이렇게 힘들게 할 거면
처음부터,
아예,
나타나질
말어라......
외줄타기
앞으로 가자니 무섭고,
뒤로 다시 가자니
그것대로 무섭고,
......
위를 올려다본다.
무심한 하늘은
근엄함만 뽐낸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안개에 뒤덮인, 끝이 안 보이는
낭떠러지의 무서움에
사로잡힌다.
잡다한 걱정에 사로잡혀
여전히 외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고독한 존재
......
달빛 아래서......
너와 나의 염원이
하나 되어 태어난 순수에게,
아름다운 꽃길만이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며......
하늘에
휘영청, 하고 떠 있는
달에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