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다
꽃 잎이 바람에 날려
공기 중에 머무른다.
추억도 함께 머물러
떨어지지 말라
후후 불어보지만
이내 바닥에 쌓이니
저 굴러가는 돌멩이와 같이
흔한 것이 되어버린
너의 소중했던 추억아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아닌 듯
뒤돌아 가버린
눈물을 쏟아내는
폭발하는 댐
가물어 메말라
감정이 헐떡이는 물고기처럼
아무렇지 않게
아무 일도 없는 듯
되돌아와버린.
먼 나라
내달리는 기차의
창에도
빗방울은 내리치니
먼 나라
높디높음을 품은
소멸하는 생명으로의 여정
네게로의 스며듦에
손가락조차 대지 못할
머뭇거림이여
깊은 밤
거무튀튀하게 내리누르는
깊은 밤
어두운 중력
침대의 아우성은
움푹 파여
용수철 언저리에서
반짝인다.
긴긴밤 부식되지 않은
빛
등에 업은 햇살은
어둠을 부정한다.
봄
달리는 기차에도
꽃이 피나니
봄을 실은 발걸음에
마중 나온 정류장
봄이라 말하며
본다고 말하며
향 내음을 노래하는
코끝의 진한 설렘
이름 : 임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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