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나기 전에
가장 흐뭇한 그 순간
먼 여행을 떠나는
어떤 사람의 어제도
내일이 오지 않을 걸 아는
어떤 사람의 어제도
떠나기 전에
그 어떤 사람이
마지막까지 행복했으면
겨울
차가운 바람에도
봄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보듬었으면
내가 울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잎새가 되어주었으면
하나의 생명도
그들의 마음의 빛을 열어
자신을 안아주었으면
나의 아빠
내뒤는
항상 밝았다
그림자처럼
때론 든든하게 멋지게 평온하게
내가 커질 수록
그림자가 작아지는 걸
내가 커질수록
점점 작별한다는 건
이제 내가
그림자가 될
차례인가 보다
언덕
가파른 호수 언덕에
아무것도 담지 않은
투명한 물줄기가 떨어진다
가파른 호수의 눈물인가
갸웃하였더니
어느새 가파른 언덕 위에
내가 눈물을 흘리며
호수에 기대어 있었다
조종석
움직이는 그 순간에는
오로지 내 마음대로 되었으면
누가 조종하지 않는
비행기 안에 조종사가 나였으면
내가 내 비행기를
조종하여 하늘로 날았으면
마치 자유로운
한마리 추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