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美主義
꽃 모양으로 지은
건물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남발되는 사랑의 냄새를 맡다가
흠뻑 취해
기절하고 싶었다
아름답지 않은 사람도
아름다운 것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 있다
일방통행의 이별을 잊고 싶었고
하루 정돈 배를 든든히 채우고 싶었고
아랫집 신경 안 쓰고 춤을 추며
큰 목소리로
염불을 외우고 싶었다
마음을 다스릴 일이 필요했다
공공건축상을 받은
꽃 모양의 건축에서
사랑을 만지고
사랑의 이목구비에다 점수를 매기고 싶었다
아름답지 않다고 나를 버린
꽃 같은 그녀를 무너트리고 싶었다
처음부터 환멸의 꽃을 꺾으려던 건 아니었다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이 들었다 아무것도 읽지 않아도 누군가와의 삶을 비교하고 따지게 되었다 너무 깨끗한 벽이 재수가 없고 너무 희미한 조명이 불나방을 타 죽이는 게 재수가 없었다
하나뿐인 목숨을 다른 하나뿐인 목숨과 비교하게 되었다
어차피 지쳐 떨어져 죽을 불나방을 미리 포획하고 싶었다 아직은 생생한 날개를 찢어 미술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전시하고 싶었다 나 하나로도 이 넓은 공간을 다 채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더 나아지고 싶었다
일생
페스트로 온 나라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산악인은 등반을 했다
작가는 글을 썼고
바다에 매료된 화가는 한평생 바다를 그렸다
애인들은 재잘거리다
밤만 되면 입을 맞추었고
아침이 되면 다 잊었다
매일 술에 취해있는 사람은
매일 술에 취하려 노력했다
쥐가 죽고
먹을 건 다 못 먹는 것이 되었다
세상은 환기가 되지 않는다
다 똑같은 숨을 쉬고
똑같은 하늘과 바다를 나눠쓰는
이들은
다 똑같은 물감에 흠뻑 적셔져
다시
밥을 짓고 술을 담그고
사랑을 나누고
이 질긴 질병을 이겨내려 애썼다
여럿
백만장자는 포도를 싫어했다
한 줄기를 여럿이서 나눠쓰는
대부분의 열매와
대부분의 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했다
한 줄기에 하나만 돋아나는 꽃은 마음에 들어했어도
꽃의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수십 겹의 머리칼은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여럿이서
하나를 나눠쓴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들의 삶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성격차이
채식주의자인 그녀와 8개월간만 사랑을 나눴다
당연히
헤어질 줄 모르고 시작했던 관계다
어깨도 주물러주고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흘리는 눈물마다 깨끗이 닦아주었다
착한 척하지 않아 좋았다
굳이 육식을 해서
사람들이 포악한 건 아니랬다
사람의 성질과
타고난 본성이
육식과 채식과는 별개의 문제
개개인의 문제랬다
틈만 나면 우는 그녀를 8개월 내내 이해 못했고
틈만 나면 화내는 나를 그녀는 이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