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돌아선 이의 뒷모습> 외 4편

by 야키소바 posted Jul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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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이의 뒷모습

 

돌아선 이의 뒷모습은 어떠한가.

마치 그의 영혼에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흐르는 듯하다.

영혼의 갈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돌아선 이의 앞모습은 어떠할까.

아주 평온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려나.

그는 그의 이상을 탐험하고 있겠지.

 

그는 영양분이 가득하고 촉촉한 땅에서 풍부한 수확을 얻는다.

하지만 그 풍부함 속에는

속이 빈 배추

씨 없는 사과

썩어 문드러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노오란 바나나

그리고 툭 터져 나온 그의 실소

 

그도 그럴 것을 알았겠지.

수돗물을 내뿜으며 반짝이는 분수가

자연과 어우러져 싱글싱글 웃으며

맑음과 순수함을 뽐내는 샘물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가시

 

장미도 복어도 다른 꽃들도

가지고 있는 그것

 

왜 나를 찌르는가.

나는 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새싹일 뿐인데.

왜 나를 찌르려 하는가.

 

흐르는 맑은 샘물이 되고 싶었는데

왜 나를 고여 있는 흙탕물에 담그는가.

나를 왜 불구덩이로 떠미는가.

그래 난 이게 두려웠던 거야.

 

사람들은 새싹의 겉모습을 보고

상쾌함과 신선함을 느낀다.

그러고 나서 새싹이 자라면

그 모습을 보고 비참히 짓밟는다.

 

그래 그렇게 짓밟히는 것보다

이렇게 호기심을 접는 편이 나은 거겠지.

그래 이젠 그만둘 때도 왔어.

이젠 이런저런 둥그런 풀잎을 접을 때야.

 

- 또다시 그 싱그러운 풀잎을 피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그 풀잎을 찌르리.


개미

 

개미처럼 살아라, 아들아

개미처럼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열심히 쪼개어 나르며 갖다 바쳤습니다.

그렇게 굴을 파고 또 파 쌓고 쌓았습니다.

그런데 쌓고 쌓은 꿀들이 흙 속에 다 빨려들어 갔네요.

열심히 여왕벌께

충성을 다하고 갖다 바쳤습니다.

저는 이제 쪼갤 수도 쌓을 수도 없네요.

아버지는 개미처럼 사셨습니까?

왜 제게 그렇게 살라 가르쳤습니까?

그렇게 살아서 저 꼭대기까지 쌓인 건

잿더미뿐이네요.

잿더미로 집을 짓고

잿더미로 밥을 짓고

잿더미로 자식 농사짓고

집은 무너져 내리고

밥은 타서 들러붙고

자식 농사는 시기를 놓쳐 다 고꾸라졌네요.

이제 잿더미조차 날아가고

눈앞에서 흩날리네요.

누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했지요?

타고 남은 재는 저 멀리 날아갈 뿐

다시 모여서 걸쭉한 기름이 되지는 못합니다.

저는 자식들에게 그렇게 살라 가르치지 않으렵니다.

잿더미를 높이 쌓는 삶이 아니라

기름이던 꿀이던

낮게 진득하게 쌓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렵니다.


나는 길

 

그러기 싫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나도.

 

왜 그러냐, 묻지 마라.

왜 가느냐, 묻지 마라.

 

돌아서는 것은 나의 마음이니

꽃을 피우는 것은 나의 마음이니

 

나에게 밧줄을 건네지 마라

어차피 그 밧줄은 썩은 동아줄이니

 

뒤돌아선 나의 모습을

반갑게 미소 짓는 나의 모습을 믿지 마라.

 

그것은 타인의 마음일 뿐.

나의 마음은 아니니까.

 

 

소실

 

나는 건강을 얻었다.

나는 희망을 얻었다.

나는 웃음을 얻었다.

나는 순수함을 얻었다.

나는 맑은 눈동자를 얻었다.

 

그래 나는 아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 나는 고통을 안고 버틸 수 있다.

그래 나는 실소한다.

그래 나는 영혼의 갈증 따윈 모른다.

그래 나는 더 이상 눈물이 고여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다.

 

건강, 희망, 웃음, 순수함, 맑은 눈동자.

애써 얻은 것을 내가 인간이라는 이유로 잃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이것들을 가지기 위해 총알받이가 되어

그렇게 다시 누군가의 이상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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