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기 전에
자제일
하얀 눈발이
나의 밭을
어지럽혀도
네가 그 눈밭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내 밭 위에 눈쯤
기꺼이 치우지 않으리
물이 흐르는
모양새에
내 눈이
어지럽다만
네가 물과 함께 어우러져
내 눈동자에 아른거려 준다면
내 기꺼이 어지럽혀져 있으리
매미 우는 소리에
내 귀
어지럽지만
그 낭랑한 목소리로
나의 귀에 속삭여 준다면
나 기꺼이 어지럽혀져 있으리
그래도 끝내
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낙엽이 지기 전에
봇짐을 챙겨
저 산을 넘어가
널 찾으리라
반추
자제일
너는 너무 멀리에 있었고,
나는 네 발치 어딘가
손가락 하나 겨우걸쳐
너를 따라가고 있으니
고개를 내려주지 않는
너의 굳건한 목이
한 번이라도 움직여준다면
나의 모든 것이
녹아내릴 듯 하다
내가 전심을 다해 너에게
올라가고 있는 걸
너는 모르는 듯
아니
모르는 척 하며
애써 외면하는 것도
힘든 일일텐데
정인을 힘들게 하는
나라는 사람은
언제쯤에야 이 짓을
그만둘 수 있을까
곱씹고, 곱씹으며
오늘도 너에게 매달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