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 도로 외 5편

by 고도 posted Aug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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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창에 비친 나의 눈


갈색의 길이 드리워진 나


검은 고독이 이내 휘어감 싸 안아


나를 달래 주네


친구들이 간지러이 웃어


이 물감을 잡아보라


내 몸짓은 슬피 우네


아무도 모르게


빗물이 홀로 적시며 슬피 우네


이 밤별 달리는 오후에












터널

땅의 고름이 굳은 모양새였다


누가 올까


설레어하는 것


잎이 지기도 전에


채 안쪽의 흐름이 무뎌지기도 전에


계속되는 울림


고된 바람은 부는데 너는 그렇지가 않다


장막 같다, 텅 빈 장막


입안이 씁쓸하다


빈 터널이다









슬픔



내 말을 믿지 마라


이미 져버렸으니


창가에 비치는 저녁의 불새들처럼


영원히 살듯


그렇게 믿지 말아라


나는 묽어 없어져버린


저녁노을들처럼


옅은 어둠을 안고서


그렇게 가라앉겠지


삶은 밝지 않아


나와 당신네들의 삶처럼


누리끼리하다








나의 너에게


잊은 줄 알았습니다


꿈속에 비치지 않아 어느새 보낸 줄로 알았습니다


나의 잃어버린 별이 되어


밤하늘 누군가의 눈이 된 줄 알았습니다


정신없이 흐른 시간


틈 곳곳에 묻은 당신의 흔적들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튀어 오른 빗방울이 저의 옷에 묻은 순간 알았습니다


그 스며든 자국에서 나오는 웃음소리 너의 목소리들


비록 짧은 인생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새벽에 그리고 황혼에


이슬처럼 피어나 제 귀 맡에 속삭일 테죠


이제는 잊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생각치 않습니다


다음 생애의 우리를 위해


다음 생애의 우리를 위해


이렇듯 기도하며 웃고 있을


그대를 위해









현상


꿈을 꾸었다


짙은 밤, 몽롱한 시야


달이 울며 고막을 때린다


너를 향한 동경


세상이 너였지


머리를 잃었다


그런 밤이 있었다











하늘


유난히 올려다보길 좋아한 건


어쩌면 아버지를 볼 때의 시선 때문


궁금해서, 슬퍼서, 기뻐서


올려다보았지


이제는 그리움이 되었구나


기분 좋은 슬픔


형산강 강가에 발담그고


그득했던 별줄기끝 잡아당기고


떨어지는 못다깬 빛조각들보며


맑은 웃음 지었지


밤이 내어준 품, 세상이 내게준 꿈


하늘, 아버지, 나의 등대









변환승
010 3499 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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