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며
밤에도 해의 이글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해는 지구 반대편을 비추고 있지만
우리 땅에는
아직 해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스팔트는 해의 분신.
어두운 밤 내내
뜨겁게 세상을 달군다.
너도나도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열대야로 병드는 세상.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고무 마냥 축축 늘어져
땅에 들러붙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여름의 끝을 갈구한다
열대야의 실종을 기다린다.
그러나
갈구일 뿐
기다림일 뿐
가을은 오지 않을 유토피아인 것만 같다.
그러나
지구는 변함없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고
가을은 남몰래 다가오고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가을을 느끼지 못할 뿐
남향 집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야금야금 길어지고 있고
해가 져도
격렬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 사이로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도
간간이 들리기 시작했다.
절망 속에서도
늘 희망이 자라고 있음을 기억하자.
그래야
고난을 견딜 힘이
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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