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방문을 닫으며, 컷
연기하는 거야,
나는 허름한 자취생
급하게 라면을 찾는 시늉을 하며
오디오가 비니까
괜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창밖을 내다본다
클로즈업되는 손, 곱다
그들은 엑스트라니까
손만 나오면 되지, 뭘
돌아서며 문지방에 걸린다
자연스러운 애드립이라 하지
그런데, 넘어진 무릎이 너무 아프다.
눈과 마주한 곰팡이가 보이네요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창을 만지던 손끝으로 쓱쓱
이제 일어서서 아무렇지 않게
멋쩍은 웃음 한번 날리면
끝나는데
끝나는데,
자꾸 NG라고
자꾸 NG라네
다시, 방문을 닫으며 쿵, 컷
몽고점
태어날 때 그랬지
세상에 내뱉는 울음이 삶의 길이라고
그런 거였다, 애초에 원하는 것이 삶이었기 때문에 짙었던 것이었지.
그 숨, 참 하얗다
새벽은 날마다 잉태해 따스한 탯줄을 이어 해를 끄집어낸다
또 그 줄은 숨을 쉬기 위해 잘라낸다, 산등성이 어귀에서
귀를 자른다는 고흐의 말이 왜 이렇게 아프지 않은 걸까
하얀 눈이 몽글몽글 내릴 때, 잠시 하얗게 내뱉는 숨결을, 따라가다
내 귀가 차가운지도 모르는 채로 발자욱을 남기곤 하지
어리석지,
무조건 태어나고, 울음을 터트린다는게
자라날수록 옅어지는 새벽이 있었다는 걸 잊는 순간,
시퍼런 멍 자국,
자꾸만 눌러주었어야 하는데, 내 숨은 잘 녹아
그 마저 없애버렸나 보다
그래서, 울음을 멈추기로 한 거다. 새벽은 아름다워서
별빛에 의존하기 위해
신, 뉴에이지
건널목 앞에서 누구나 공평하다
백 건반, 검은건반 반을 넘나들며 자유로이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
때론 빠른 곡조를 생성하기도 하고
협주하기도 한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횡단한다
아직 어린 곡조, 밝은 동요를 간직한 높고 빠른 곡조
그 옆의 어머니는 성큼성큼 걷는다
건반의 중간을 밟으며 통화를 한다
선율에 가사를 입히는 모양이다
빵을 들고 건너는 저 사람의 오늘은 배 부를까
양쪽 귀에 헤드셋을 착용한 남자의 하루는 요란 할까
창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선율은 어디에
선명한 가사는 가시다, 사치다
이미 생성하고 있으므로,
귀에서 가시가 돋아난다
자르기 전까지 아픈지 모르는.
표범
형체도 없는 것이 내 뒤를 쫓아오는 것이었다
심장은 자꾸만 쿵쿵
밀려오는 불안감과 피할 수 없는 답답함
어디서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환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내 몸에 생긴 높고 낮음의 기복
그 얼룩덜룩한 반점처럼 무서운 것들이 자꾸만 쿵쿵거린다
내 몸을 끌어안아 본다
잠시 진정할 수 있게
온몸 가득 카페인은 자꾸만 검은 흑점이 되려 하는 듯
명시적인 흑백이 나를 집어삼키는 기분이 들어 꼬옥
껴안아 보기도하고, 심장을 쿵쿵 쳐대보기도 했다
질긴 가죽,
정말 몸은 껍데기뿐인 것인가
나를 조절하는 건 뒤쫓는 표범이 아닌
스스로가 만든 반점일까
자리에 누워 억지웃음을 지어본다
아드레날린을 투여하기 위한 거짓 마인드
진정해라, 제발
기도할게
어디에 빌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뒤를 쳐다보면 잡아먹힐 것 같아, 그냥 문을 닫아버린다
형광등의 하얀 빛이 들어올 수 있게
크게 심호흡 한번,
억지 입꼬리 한번 띄어보고
잠시 멈춘다
매일 밤, 쫓아오는 표범을 본다
아직 뒤처지는 게 더 두려운 나이이므로
항, 공황
상공에 떠 창틀 아래로 바라본 하늘
이제는 지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높은 곳에 가지 못하여
난, 늘 내가 보는 곳이 지상이라 믿는 것일까
싸움이 잦았다, 짖었더라 표현할 수 있겠다
새벽녘 들개의 울음소리
마음을 대변하는 건지, 우렁차다
차가운 공기를 관통한다
말은 칼날보다 날카로웠으니,
찢은 후에 다시 붙일 수 없었으니, 그럼
참기만 하면 재활용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
모자이크 유리 벽 너머로 비추는 형광등은 유리를 몇 칸 차지하는지
그 칸을 세다 잠들어, 문득 스치는 검은 그림자에
어머니 오신지,
문을 열어볼까 하지만, 낯선 들개가 무섭잖아
여기는 지하, 지상의 무리가 깔깔대며 웃어댄다
늘 시선은 위로 향하게,
머리 위 향하는 비행기가 경이로웠다
아, 기내에선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자이크가 쳐진 유리 벽도 없고
싸움도 없는 고요한 방송 소리뿐일 것이다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지하로 가는 길, 그렇지,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하지, 공황
나이는 커지는 데,
응어리를 담기에 너무나 작다,
응어리를 깨면 날아갈까,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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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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