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눈 소복이 쌓인
추위를 걷고 또 걸었다.
밤이었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타는 입김은 무언지 알 수 없는
밤이었다.
오지 않았다.
오지 않으리라 알고 있었다.
혹시 했던
아주 작은 일말의 기대
그것이 만들어버린 밤이었다.
무한한 걸음으로 눈을 밟아댔다.
까만 하늘 아래로 눈이 폴폴 내렸다.
같이 걸었다.
너무 늦었다. 마음이 없는 밤이었다.
물론 나의 마음이다. 혹은 너의 마음도.
있지만 없었다.
믿음도, 기대도, 내일도 그리지 않는 밤이었고 길이었다.
그런 날이었다.
붙잡은 손을 더욱 안아 잡았다.
그것이 건네는 인사였고, 언어였고, 보내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