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수평선 너머로> 외 4편

by 달프 posted Nov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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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로

붉게 그을린 하늘은

넘실대던 파도를 잠재우고

붉게 물든 바다는

푸른빛을 감추었다.

제 날개 아픈 줄 모르고

넋 놓고 있는 새들을 보라.

노을 진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싶구나.

수평선 위를 제집마냥

넘나드는 태양이

부러울 따름이오.


명상

따스한 햇볕 아래 녹음에 취해

조용히 눈을 감고 내면의 문을 두드린다.

나도 모르는 새 흐르고 있던 소리들을 내어보내고

한없이 달려온 인생의 한 자락을 잘라내어

걱정과 아픔들을 걷어내고 마음속을 비운다.


내면의 문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땐

새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를 흥겹게 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머리를 맑게 하며

바람 소리가 몸을 간지럽힌다.

자연의 소리에 젖어 공허한 마음을 채워본다.

갈데없던 이 몸은 갈 곳을 찾은듯하다.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피우리라.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긴 어둠 속을 걷다 보니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태양이 있는 한 영원한 어둠은 없다고 했는데

이곳은 극야가 지속되는 듯했다.

언제 태양이 떠오르냐고

달에게 묻고 별에게 물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했는데

나에게 내일은 없나 보다.

그저 하루가 긴 오늘이다.




밤길

세상이 어두워지고

나 자신조차 어두워졌을 때

환하게 빛났던 달

달빛이 길을 내어주고

그 길을 따라 걷는 난

그저 빛이 보였기에

그 길만을 따라갔다.

원하진 않았지만

유일하게 보였던 빛이었기에.

나도 달 옆에서 함께 빛나고 있는 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기에.



추억

자기 전 창밖을 바라보다

어둠 속에서 불어오던 찬바람이

내 마음속을 살며시 스치고 지나갈 때

옛 기억들이 나풀거리기 시작한다.

그때의 기억 그때의 나

밤하늘을 배경 삼아 떠올린다.

그리곤 알 수 없는 이 감정들이 서로 뭉쳐

그리움으로 변한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추억들을 붙잡고 싶지만

이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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