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로
붉게 그을린 하늘은
넘실대던 파도를 잠재우고
붉게 물든 바다는
푸른빛을 감추었다.
제 날개 아픈 줄 모르고
넋 놓고 있는 새들을 보라.
노을 진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싶구나.
수평선 위를 제집마냥
넘나드는 태양이
부러울 따름이오.
명상
따스한 햇볕 아래 녹음에 취해
조용히 눈을 감고 내면의 문을 두드린다.
나도 모르는 새 흐르고 있던 소리들을 내어보내고
한없이 달려온 인생의 한 자락을 잘라내어
걱정과 아픔들을 걷어내고 마음속을 비운다.
내면의 문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땐
새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를 흥겹게 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머리를 맑게 하며
바람 소리가 몸을 간지럽힌다.
자연의 소리에 젖어 공허한 마음을 채워본다.
갈데없던 이 몸은 갈 곳을 찾은듯하다.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피우리라.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긴 어둠 속을 걷다 보니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태양이 있는 한 영원한 어둠은 없다고 했는데
이곳은 극야가 지속되는 듯했다.
언제 태양이 떠오르냐고
달에게 묻고 별에게 물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했는데
나에게 내일은 없나 보다.
그저 하루가 긴 오늘이다.
밤길
세상이 어두워지고
나 자신조차 어두워졌을 때
환하게 빛났던 달
달빛이 길을 내어주고
그 길을 따라 걷는 난
그저 빛이 보였기에
그 길만을 따라갔다.
원하진 않았지만
유일하게 보였던 빛이었기에.
나도 달 옆에서 함께 빛나고 있는 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기에.
추억
자기 전 창밖을 바라보다
어둠 속에서 불어오던 찬바람이
내 마음속을 살며시 스치고 지나갈 때
옛 기억들이 나풀거리기 시작한다.
그때의 기억 그때의 나
밤하늘을 배경 삼아 떠올린다.
그리곤 알 수 없는 이 감정들이 서로 뭉쳐
그리움으로 변한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추억들을 붙잡고 싶지만
이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