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향기
물속에서 헤엄치다
세상과 마주한 날
날 품에 안고 지그시 바라보던 그 눈동자
아무것도 모르고
울고 있는 날 안고서
젖을 물리던 그 품
아파하는 날
그 누구보다 걱정하며
밤새 옆을 지키던 그 그림자
그거 아시나요
어머니가 떠난 그 자리에
향기는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코끝에는
어머니의 향기가 떠오릅니다.
운명
스치듯 지나치며 그대를
처음 보았고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나눴고
도란도란 꽃 피는 이야기 속에
그대를 알게 되었고
항상 혼자가 편했던 내게
함께임이 더 좋음을 알게 해줬고
웃음이 절실했던 내게
웃음을 선물하고
이젠 앞으로 함께 걸어가겠다는
약속한 당신은
운명을 믿지 않던 내게
운명이란 걸 알게 해준
운명 같은 사람입니다
나의 계절
따듯한 봄
무더운 여름
살랑 바람 부는 가을
너무 추운 겨울
꽃이 피고
눈이 부시고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고
그대를 닮았고
그대를 만났고
그대를 보냈고
그대를 잊었다
또 다시
계절이 돌아왔고
나는
아직도 그대를 잊지 못했나보다
새싹
힘겨운 기지개를 피며
천장을 두들긴다
올라갑니다 조심하세요
웅크렸던 몸을 쭈욱 피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반가워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해
떼도 부려봤다
어느 새 자라나 다른 새싹보다 커졌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자라지 않자 실망했다
그러려니 수긍하자
토독토독 씨앗을 심고
눈 떠보니
허리가 아파온다
씨앗들은 새싹이 되었고
그 새싹은 날 바라보고 웃는다
잘 자라주렴 내 아가들아
사과
조용하고 낯가리고
남이 하는 말을 듣고 웃어주는
천사 같은 학생
빛이 나는 사과였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일기장 앞에 앉아 나를 털어 놓는다
빛은 사라지고
그저 먼지만 퀴퀴하게 쌓인
멍 든 사과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도
나는 그저
모두에게 빛이 나는 사과이기 위해
멍 든 나 자신을 아래에 밀어 넣는다
이름 ; 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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