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회 창작콘테스트 <옛집> 외 2편

by 있는그대로써 posted Dec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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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그저 정적이 흐르는 곳

이곳엔 오늘이 멈추었다


과거가 흐르는 

이 곳 가운데

언제부턴가 시간이 멈추었던가


멈춘 것이 아니다

그저 어제가 되풀이될 뿐

추억도 상처도 뭣도 사라지지 않은 채로

가슴을 끝없이 당기는 그 곳


어디로 가겠는가

이곳을 두고서 나는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내 속살 덮었던 겉 껍질을

잃은 내 민몸은 어디로

숨어서 살아간단 말이던가


내 쉼터이자 내 껍데기.

지는 건 무거우나 그 뭣보다 가슴 겨운

이 집을 지고 나는 그 먼 

길을 또 다시 가야만 하는가


오늘서 나는 잠시만 내 

자리를 딛고서 벗어나고프다.


내 민몸이 진 무건 짐 가운데

내려놓고 그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거하고프다.


가을

어둔 눈을 뜨고서

창백의 가을을 보아라.


끄트머리에 다다른

초록 내의 잎파리를 보라


그 겨울이란 끝에 이르러

점점 더 정숙해져만 가는

새들의 침묵의 소리를 보고


가옥과 가옥 사이로

이리 저리 휘젓던 나비의

부스러진 날갯짓을 보라


점점 더 높아지는 하늘과

점점 더 붉어지는 잿볕 아래

끝에 이르러 익어만 가는

수많은 이들의 행렬을 보라


흐르라

그리 흐르라


어딜 흐르든

네가 늘 가는 그 자국을 따라

바다로 가라


하늘은

물 따라 가고


우리네 밤은

하늘이 가는 그 길따라 가라

그리로 가라


나의 밤은 강물에 밀려

바다로 가라

아득히 끝없이도 파도가 부는

나의 밤은 그리 멀리로 가라



이름: 이민재

이메일: iminjae493@gmail.com

전화번호: 010-8877-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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