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그저 정적이 흐르는 곳
이곳엔 오늘이 멈추었다
과거가 흐르는
이 곳 가운데
언제부턴가 시간이 멈추었던가
멈춘 것이 아니다
그저 어제가 되풀이될 뿐
추억도 상처도 뭣도 사라지지 않은 채로
가슴을 끝없이 당기는 그 곳
어디로 가겠는가
이곳을 두고서 나는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내 속살 덮었던 겉 껍질을
잃은 내 민몸은 어디로
숨어서 살아간단 말이던가
내 쉼터이자 내 껍데기.
지는 건 무거우나 그 뭣보다 가슴 겨운
이 집을 지고 나는 그 먼
길을 또 다시 가야만 하는가
오늘서 나는 잠시만 내
자리를 딛고서 벗어나고프다.
내 민몸이 진 무건 짐 가운데
내려놓고 그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거하고프다.
가을
어둔 눈을 뜨고서
창백의 가을을 보아라.
끄트머리에 다다른
초록 내의 잎파리를 보라
그 겨울이란 끝에 이르러
점점 더 정숙해져만 가는
새들의 침묵의 소리를 보고
가옥과 가옥 사이로
이리 저리 휘젓던 나비의
부스러진 날갯짓을 보라
점점 더 높아지는 하늘과
점점 더 붉어지는 잿볕 아래
끝에 이르러 익어만 가는
수많은 이들의 행렬을 보라
강
흐르라
그리 흐르라
어딜 흐르든
네가 늘 가는 그 자국을 따라
바다로 가라
하늘은
물 따라 가고
우리네 밤은
하늘이 가는 그 길따라 가라
그리로 가라
나의 밤은 강물에 밀려
바다로 가라
아득히 끝없이도 파도가 부는
나의 밤은 그리 멀리로 가라
이름: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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