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
몇 번을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혹은 내가 그려러고 굳힌 마음인지
자신의 언어로는 말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 소리을 못 박아놓을 수는 있다
그런데 정녕 그것이 밟혀서 나는 것인지
밟아서 나는 것인지
아니면 밟으려 의도해서 나는 소린지
도통 소화를 할 수가 없다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세상에서 숨기고 싶은 것인지
문지방 애매한 공간에 발을 올려다놓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 관심의 부족을
표현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무언가를 향해 있다는 확신도 없다
늘 그렇듯이
어떤 이야기를 히고 싶으면서도
뭔가를 버릴 수는 없단 말인가
그들은 무엇일까
우리일까
너희일까
무제-2
한명의 사람은 우주보다 더 넓다
그 안에 수많은 존재와 물음들이 떠다니며
정해진, 혹은 그렇지 않은 궤도를 따라 도는데도
서로 만나기가 어렵다
각기 다른 모습의 행성들처럼
사람의 속에도 그와 비례하는 행성들이 있다
알고 있는 것
알지 못하는 것도
그것들은 존재하며 답을 찾기 위해 궤도를 돈다
무제-3
행복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나?
그러면 그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아프고
수고해야 하고 싸워야 하고 이기적이어야 하고
남을 짓밟아야 하고 교만해져야 하는 것인가?
행복은 일시적인, 나만의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이의 행복 없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우리가 잘못 보고 있지는,
잘 못 보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행복이란 말은 인간의 욕망에서
생겨난 이상의 말이 아닐까?
행복의 기준은 내가 세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로 인해 세워진 것인가?
아니면 그저 유일신에 의해 툭 던져진
보지 못 할 물건인 것인가?
난 그저 이 주제 하나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내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책임감 없이 던지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 중 무엇이
진정 가치있는 것일까?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 가치는 영원할 가치인가?
시대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리는
준비되어진 자들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양면의 세계에 살고 있다.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찾고 있는 이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될 수도 있다.
참 복잡하다 내가 알아가고 차지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한 번 가면을 쓰면 벗기 어렵다.
무제-4
방 안에서도 들리는 밖의 소리가 너무 무서워
실제로 마주하게 될 소리들의 형체를 홀로 상상해
그럴수록 내 방의 커튼은 점점 드리워지고
빛을 삼켜버리지
마주 대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아
공허하게 느껴지는 마음에
소용돌이처럼
파도처럼
소리들이 들어와 가득 채운다
아무리 외쳐봐도 나는 두려운데
아무리 소리쳐도 그대로인데
이무렇지 않고 싶은 마음인데
채워지지 않으니
그 소리들로라도 채워야지
무제-5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
기계적으로 흥얼거리는 사랑이 주제가 아닌
가벼운 휘날림이 아닌
나 말고도 누군가가
가슴속에 간직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멋부리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고
거짓되지 않고
그저 그렇지 않은
품고 살아갈 만한
깊고 맑고 넓은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대로 남을 수 있게, 그럴 만한
그대로의 글을
김찬수
kimchansoo28@gmail.com
01091075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