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 살갗에 닿는 가을 바람이 서럽게 마음을 흔든다 외 4편

by 닻별 posted Oct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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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닿는 가을 바람이 서럽게 마음을 흔든다]



살갗에 닿는 가을 바람이 서럽게 마음을 흔든다
⠀⠀⠀⠀⠀⠀⠀⠀⠀⠀⠀
울지마라 울지마라
다 지나면 삭아질 일이다
네 탓이 아니야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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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온 말이 후두둑 쏟아진다
흔하고 흔해 아무렇게나 내딛는 발길에 치이는 말들
냉큼 받아 품에 안기엔 알맹이가 없는 말들
어쩌면 조용히 안아주는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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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멀었는데 어쩐지 마음은 살얼음이 낀 것만 같다
아직 가을도 완전하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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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땅을 딛는다]



맨발로 땅을 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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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천과 가죽에 가두었던
지날날을 뒤로 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발로 땅을 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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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
비 긋고난 뒤 말간 얼굴을 내비치는 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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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가득 지상의 살갗이 닿으면
그 자체로 자연이 되고 비로소 자유가 된다
⠀⠀⠀⠀⠀⠀⠀⠀⠀⠀⠀⠀⠀⠀
굳이 힘껏 딛지 않아도 괜찮다
첫 걸음마처럼 그렇게 내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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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사를 나누는 연인처럼
맨발로 땅을 마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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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으면 한다]



비 내린 뒤의 꿉꿉함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비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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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인사를 건네는 오랜 친구처럼
어색함 없이 맞이할테니
그렇게 비가 왔으면 한다
⠀⠀⠀⠀⠀⠀⠀⠀⠀⠀⠀⠀
오늘은 아니, 오늘도 무척이나
기분이 꿉꿉한 날이었다
이 기분 씻겨나가도록 비가 왔으면 한다
⠀⠀⠀⠀⠀⠀⠀⠀⠀⠀⠀⠀⠀⠀⠀⠀⠀
기분이 나락으로 내려꽂힌 그런 날
움푹 패인 내 자리에 비가 내려
자그마한 웅덩이 하나 자리 잡기를
⠀⠀⠀⠀⠀⠀⠀⠀⠀⠀⠀⠀⠀⠀⠀⠀⠀
날이 가물어 웅덩이에
고인 물 말라갈 때쯤
나도 괜찮아졌으면
⠀⠀⠀⠀⠀⠀⠀⠀⠀⠀⠀⠀⠀⠀⠀⠀⠀
그저 오늘은 비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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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민들레 곱게 피어난 길가 위로
봄이 걸음마를 시작한다

그토록 그리웠던 초록의 풍경은
이제 애써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지척에 피어나고 만물은 기지개를 켠다

민들레 꺾어 입술 오므려 후 불면
봄바람 살결 따라 어지러이 흩어지고
먼지가 잔뜩 붙어있던 하늘은 푸른 낯을 내놓는다

민들레야
멀리멀리 날아 내 님 있는 곳
그곳까지 날아가 내 마음 전해주렴

부질없을지도 모를 염원을
민들레를 후 불며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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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선풍기]



낡은 선풍기는 따따따따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회전을 누르지 않아도 따따따따
회전을 눌러도 따따따따
버튼은 구색 맞춰 있는 것마냥 도무지 쓸모가 없다
⠀⠀⠀⠀⠀⠀⠀⠀⠀⠀⠀⠀
그래도 세상에 나올 적엔 시원한 바람 불어준다고
기특하다 고맙다 소릴 줄곧 들어왔건만
세월의 흔적을 온몸에 새긴 낡은 선풍기는
이제 바람에 몸이 삭고 삭아 슬픔을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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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뀌고 바껴 뒷전으로 밀러난 신세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노라 온몸으로 외친다
⠀⠀⠀⠀⠀⠀⠀⠀⠀⠀⠀⠀
이맘때면 힘차게 돌아갔었지
그 기억을 안은 낡은 선풍기는
황혼의 노을을 등에 지고 오늘도 돌아간다
⠀⠀⠀⠀⠀⠀⠀⠀⠀⠀⠀⠀
따따따따
따따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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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soulvibe777@gmail.com / 010-2439-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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