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 01045938554 / 2eoaltmxjfl@naver.com
<나무꾼>
나는 나무꾼
오늘도 열심히 나무를 하고 있어
쿵 쿵 쿵
영차
쿵 쿵 쿵
후
쿵 쿵 쿵
아이고
열심히 나무를 하고 있지
그런데
하루가
이틀이
사흘이
아니
한 달이 지나도
쓰러지지 않더라
왜 안 쓰러질까
왜 쓰러질 기미도 안 보일까
왜 나만 힘들까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어
“나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나는 멍청한 나무꾼
오늘도 나무를 하고 있어
아니
오늘도 바위를 찍고 있어
이렇게 찍으면 나도 바위도
모두 깨지고, 부서져 남는 게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바보 같은 나무꾼
열심히 일하는 이기적인 나무꾼
<불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그것보다 내가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너무 무섭다.
너무 두렵다
내 행동이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이
내 행동이 누군가를 잡는다는 것이
너무 무섭다.
너무 두렵다
뭘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달이 밝게 빛나는 밤>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면
네 생각이 나
달빛아래 숨어서
몰래 연락하던
순수하던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서
겨우겨우 인사하던
귀여운 우리 모습이
너만 바라보고
너만 생각했던
한결같은 내 모습이
뭐가 문제였을까
뭘 잘못했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면
네 생각이 나
<달님>
널
알 수 없어
한 면만 보여주고
다른 한 면은 보여주지 않으니까
널
잡을 수 없어
하염없이 손을 뻗어도
잡히는 건 없으니까
널
놓아줄 수 없어
어둠 속을 빛내는
찬란한 모습에 빠져버렸으니까
‘차라리 알지 못했더라면 좋았을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오늘도 널 부르고 있어
달님,
달님
<뚝 뚝>
뚝 뚝
무슨 소리일까
뚝 뚝
수돗물 세는 소리일까
아픔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일까
뚝 뚝
뚝
뚝 뚝
나는 모르는 척했다
붉은 물이
바닥과 만나는 소리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이 소리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리길
이 소리가
수돗물 세는 소리로 들리길
바라면서
나는 모르는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