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이
동그랗고 말똥말똥 예쁜 눈동자를 가진 너는
이 세상에선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과 깨끗함만을 안고 있구나
그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나 역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져
촉촉하고 까맣디 까만 조그마한 코를 가진 너는
어찌 이 작은 코로 숨도 쉬고 맛있는 냄새들을 그리 빨리 알아채는지
씰룩쌜룩 킁킁거릴 때에는 그 조그만 코가 너무 귀여워 부비적 부비적 거리고 싶어져
작디작은 입안에 촘촘하고 가지런한 이를 가진 너는
딱딱한 것들도 어찌 그리 야무지게 잘 씹어 먹는지 신기해
내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너의 이들을 구석구석 닦일 때에는
네 칫솔과 허브향이 나는 치약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져
부드럽고 얇은 새하얀 털을 가진 너는
꼭 안고 있으면 폭신폭신 세상 어느 이불도다도 더 따숩고 부드러워
쓰다듬어달라고 내 옆에 등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엔
마치 이 세상 사랑스러운 기운을 모두 끌어안아 가지고 있는 듯해
작지만 야무지고 꼬수운 냄새가 나는 발을 가진 너는
그 작은 네발로 어찌나 씩씩하게 잘 걷는지 한 시간을 뛰놀아도 끄떡이 없지
베개 맡에 누워 내 코에 가져댄 작은 발바닥에서는
늘 꼬수운 냄새가 잔잔히 나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중독성 있는지 몰라
내가 제일 듣기 좋아하는 콩콩 거리는 심장을 가진 너는
어찌 이리 작은 몸에 나와 같은 심장이 뛰고 있는지 매번 신기해
같은 베개에 누워 기대고 있으면 콩닥콩닥 부지런히 뛰는 소리가 너무나도 귀엽고 소중해
일정한 속도, 일정한 박자의 차분한 소리는 지친 내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잠재워
내 하루의 지친 순간들을 한순간에 잊어버리게 만드는 너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새하얀 천사같이 예쁘디 예쁜 너는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 다짐하는 나에게 항상 더 큰 행복을 주는 너는
내가 가진 그 무엇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소중한 나의 보물1호
울고싶어지는 순간들
어지러운 세상 속, 내 갈 곳 어디인지 헷갈리고
내가 정한 목적지가 최선인지 의심이 들 때에
세상 사람들 맘이 내 마음 같지 않고
하늘 아래 내 편 하나 없이 외딴섬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들 때에
갖은 수고스러움, 고생은 차고 넘치게 하고선
어느 누구도 박수 쳐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을때에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행복과 즐거움을 위함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일 때에
꼿꼿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작은 바람들이 일렁여 자꾸만 나를 흔들어댈 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느꼈던 이에게
나는 생각보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인듯한 생각이 들 때에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생활은 확고하지만
당장에 그 무엇에도 선뜻 손을 뻗을 수가 없을 때에
그저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면
앞으로의 인생도 허무하게 흘러가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에
다른 이들에겐 쉽고 가벼워 보이는 것들이
내 삶에서는 유독 엄격하고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때에
일도 연애도 잘 해내고 싶지만
둘 중 어느 한가지도 내 맘 같지 않고 꽉 막혀버린 거 같을 때에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와 술 한잔하며 푸념하고 싶지만
뒤돌아보니 그 누구도 없을 때에
지금 눈앞에 닥친 삶에 대한 행복이 아니라
30년 뒤 행복을 쫓고 대비해야 하는 삶을 인정하기 싫을 때에
강한척 하며 사는 내가 울고 싶어지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