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_나팔꽃 외 4편

by Bunny1916 posted Feb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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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버스를 기다리며 시내에 작은 정류장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들자하니,

작은 골목 돌담마다
나팔꽃이 피어있다

마지막으로 생에 행복하다 느낀 것이 언제였을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꽃을 피워낸다는데
나의 눈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아, 돌아보니 나의 꽃은 피기도 전에 시들었구나
다만 너에게는 부디 앞으로도 해가들고 달이 비추기를

그리하여 나팔꽃은 돌담 너머로 만개(滿開)한다

겨울바람

파아란 하늘아래
부끄런 듯 서있는 벚나무가
스르르 담요 덮을 때에

부디, 내 손가락 하나라도
부여잡아 주고

차디찬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 위로 눈꽃이 가득피어
빈 가슴한켠 아려오면

초라한 나의 두손
한 줌 가득 온기되어

너와 나는 봄이 된다

9월 즈음에

보아하니
그는 땅을 보며 외로이 걷고

듣자하니
낙엽이 바스러져가는 소리가
하늘을 메운다

옳다거니
가을이다

조약돌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는 것은
강물이 흘러 조약돌을 빛내는 과정이요
내가 너를 두눈으로 그림에도 볼 수 없는 것은
세찬 물살이 흘러 지나가버린 탓일지 모르겠다

나의 어리던 19살의 겨울을
달이 뜰 적마다 찾아오라
해가 떠오르면 아쉬움과 허탈함만이
자리에 남으니

흰눈이 어예쁘게 내린 기억이 있었던가,
분홍빛 벚꽃길을 거닌 기억도 없다

그럼에도 고개 돌려
그대, 피어내지 못한 용담 하나 마주보고
순박한 웃음 가득 짓게되면

나의 기억, 바래지지 않고
옥이되어 쭈욱, 빛을 낸다

눈을 감는다

사계절이  지나 한치앞의 벽을 느끼며
눅눅한 작은 방에는 빗소리만 가득하다

눈을 감는다
나의 앞에는 별이 반짝이고
꽃 내음 가득 품은 향초 하나가 주변을 환히 비춘다

다시 또 깊게 눈을 감는다
내 손 놓지않고 싱그럽게 피어 웃는 꽃이
물살 하나 일렁이지 않던 바닷가에 잎을 떨어뜨린다

결국, 눈을 뜬다
꽃은 전부 시들었고
나의 주변에는 외로움이 내는 악취만이 가득하다
슬프게도 미동하나 없는 나의 바다 표면에는
자그마한 별빛 하나 떠다니지 않는구나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슬프도록
눈을 감는다


응모자 성명: 이민형
이메일 주소:akskahd@naver.com
Hp-010-3365-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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