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의 다짐
오늘
하루
분홍색과 붉은색이
검은색과 흰색으로
뒤덮여
어느 구석탱이도
파란색이 있을 곳은
없다
여태 초록색과 노란색은
비어 있는지 오래
그간 회색빛이었는데
잠시 분홍색과 붉은 색이
내 입술 색을 붉게 물들인 것도
내겐
그저 갓 따온 실과를 맛보는 듯
달콤한 미소가 지어질 뿐이다
나는 그래도 검정 길을 걸어가
길 위로 파란색이 터져 나올
그때 회색빛 몸을 덮을지도 모르니
색이 서로 뒤섞인 바다에 빠져
온 몸이 공작의 날개처럼
변할지라도
머리에 달라붙은 색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나락(那落) 의 구렁에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그래도 나는 검정 길을 걸어가
내 몸에 파란색이 물들어질
날을 위해
가을바람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날
온 문을 닫았습니다.
쌀쌀하고 추워져서 말이죠
배를 채우고 싶어 뜨거운 음료를 마셨다가 혀가 데이고 말았습니다.
혀가 쓰라리고 피 냄새가 진동하여 몹시 괴로웠습니다.
쌀쌀해서 열려있는 문이란 모조리 닫아버렸는데
계속 보고 있자니
맘 한쪽도 쓰라렸습니다.
혀가 아팠던 것인지
마음이 아팠던 것인지
아직도 잘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열어줄 수 없는 저에게도
속에 피 냄새가 가득할까요.
단지 쓰라릴 뿐인 가요
나를 추워지게 만든 바람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나를 문 닫게 만든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먼저 닫은 게 아니니 내 혀가 쓰라린 것은
바람 탓이라고
그러니 바람이 내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지만 바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게 사과할 형체도 언어도 없습니다.
날 아프게 했으면 어서 나오라고 소리 질러도 나오지 않습니다.
바람은 알고 있을까요
바람이 추워서 내가 문을 닫은 것을요
그러니 바람이 나를 책임져야 한다고요
구슬픈 바람
바람이 나를 안았다
구슬프게 울면서 달려와
내 손을 잡고
내 몸을 안고
잘 있었느냐
괜찮았느냐
걱정 말거라
나를 향해
쉰 목소리로
바람이 말했다
아아
어렸을 적
나를 스쳐지나가던
그대가
나와 함께 춤을 추던
그대가
이젠 내 눈에 눈물을
닦아주는구나.
언제어디서든
네가 나와 함께
하니
나는 괜찮다
불빛
걸어가는 길목에
햇살이 비춰옵니다
내 눈
내 입
내 뺨
내 몸
내 마음
나의 모든 것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당신이 좋아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슬픈 날이었는데
약간 괴로워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었는데
나를 가만히 서있게 만들었습니다.
조금만 쉬라고
가만히 있어도
너를 위로해줄 수 있노라고
그대는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 안의 맺힌 눈물을
저 멀리 하늘로 보내 주리라
굳은 마음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녹여 주리라
날 향한
당신은 하늘 속에 햇살이 아닌
내 마음 속의 불빛입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을 향한 사랑을
매미로 표현할 수 있다면
온종일 시끄럽게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입니다.
보고 싶어서 매일 같이
우는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을
해바라기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이 있는 곳을 저 멀리 바라보기만 하는
해바라기의 모습입니다.
보고 싶지만 차마 다가갈 수 없는
애달픈 슬픔입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을
보름달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이 거니는 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보름달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만
아침만 되면 태양에게 가려지는
애처로운 존재입니다
성명: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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