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있는 힘껏 한걸음을 내디뎌봅니다.
또 하나의 발자국이 남습니다.
하루는 빠르게 저물고 초라한 발자국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왜 이리 짧을까요.
왜 내 한걸음만 이리도 느릴까요.
이미 어둠이 삼켜버린 가느다란 줄기 위에서
오늘도 힘없이 눈을 감습니다.
문득 등 뒤에서 하루의 해오름을 느끼며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보았습니다.
화사한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수만개의 발자국들을
수많은 한걸음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장미 한송이를
지하철에서
난 지금 어디에 있나
어디로 가고있나
난 지금 웃고있나
누굴 향해 미소짓나
수많은 질문들은 나를 대변한다
질문 속에서 허우적거리자
어쩌면 그 속에 답이 있을지 모르니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이 바뀌고 의지가 바뀌고 말이 바뀌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나를 위로해주는 나를 사랑해주는 너를 보며 생각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시계
시계가 흘러간다
조용히 속삭이며 시계는 흘러간다
한쪽으로 한쪽으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갑자기 심술이 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버렸다
그래도 시계는 흘러간다
멈추지않고 뒤돌지 않고 내일을 향해 흘러간다
야속한 시계를 바라보며
오늘의 기적을 슬며시 내일로 등 떠민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시계를 바라보며 내일의 너를 기다린다
고민
너는 묻는다
과연 뭐가 정답일까
나는 말한다
과연 정답이 있느냐고
너는 또 묻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또 말한다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너는 계속 묻는다
난 하고싶은게 뭘까
나는 계속 말한다
넌 뭘 해도 잘 해낼거라고
너는 그제서야 웃는다
고마워 항상 힘이 되어줘서
나는 그제서야 묻는다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할 것이냐고
너는 끝내 묻는다
언젠가는 고민이 끝나는 날이 올까
나는 끝내 말한다
나의 내일아
너의 고민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위로가 널 환하게 웃게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고민일 수 있다면
내가 항상 너의 뒤에 서있겠다고
그 때의 너
그 때의 넌 여전히 겁이 많았죠.
사람을 잃을까 겁났고
시간을 잃을까 겁났고
사랑을 잃을까 겁났죠.
아무도 너의 말을 듣지 않을까 겁났고
아무도 너를 돌아봐주지 않을까 겁났고
아무도 너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겁났죠.
그 때의 나에게 말을 건네요.
나는 너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나는 너를 여전히 잃지 않았다고.
너, 나 그리고 우리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바꾸기에는
내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고
우리의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다
내가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내가 질색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날 많이 답답해하고 있겠지
날 정말 이해할 수 없겠지
날 정말 질색하고 있겠지
내가 수많은 일을 겪으며 지금에 온 것처럼
이 사람들도 지금이 오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내가 과연 객관적일까
객관이란게 존재하긴 할까
난 정말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일까
지금 내게 소중한 것들
지금 내게 슬픔을 주는 것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에게 소중할까
여전히 나에게 슬픔을 줄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나를 향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울게하는 사람들에게
난 환하게 웃어줄 수 있을까
그들이 아프지않도록 슬프지않도록 기도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바뀔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바뀌어야할 사람은 나일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