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차 창작콘테스트 응모 시부문 <한걸음> 외 6편

by 공돌이 posted Nov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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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있는 힘껏 한걸음을 내디뎌봅니다.

또 하나의 발자국이 남습니다.

하루는 빠르게 저물고 초라한 발자국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왜 이리 짧을까요.

왜 내 한걸음만 이리도 느릴까요.

이미 어둠이 삼켜버린 가느다란 줄기 위에서

오늘도 힘없이 눈을 감습니다.

 

문득 등 뒤에서 하루의 해오름을 느끼며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보았습니다.

화사한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수만개의 발자국들을


수많은 한걸음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는 

장미 한송이를


지하철에서


난 지금 어디에 있나

어디로 가고있나

난 지금 웃고있나

누굴 향해 미소짓나

수많은 질문들은 나를 대변한다

질문 속에서 허우적거리자

어쩌면 그 속에 답이 있을지 모르니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이 바뀌고 의지가 바뀌고 말이 바뀌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나를 위로해주는 나를 사랑해주는 너를 보며 생각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시계


시계가 흘러간다

조용히 속삭이며 시계는 흘러간다

한쪽으로 한쪽으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갑자기 심술이 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버렸다

그래도 시계는 흘러간다

멈추지않고 뒤돌지 않고 내일을 향해 흘러간다


야속한 시계를 바라보며

오늘의 기적을 슬며시 내일로 등 떠민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시계를 바라보며 내일의 너를 기다린다




고민


너는 묻는다

과연 뭐가 정답일까

나는 말한다

과연 정답이 있느냐고


너는 또 묻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또 말한다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너는 계속 묻는다

난 하고싶은게 뭘까

나는 계속 말한다

넌 뭘 해도 잘 해낼거라고


너는 그제서야 웃는다

고마워 항상 힘이 되어줘서

나는 그제서야 묻는다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할 것이냐고


너는 끝내 묻는다

언젠가는 고민이 끝나는 날이 올까

나는 끝내 말한다

나의 내일아

너의 고민이 끝나는 날까지

나의 위로가 널 환하게 웃게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고민일 수 있다면

내가 항상 너의 뒤에 서있겠다고




그 때의 너


그 때의 넌 여전히 겁이 많았죠.

사람을 잃을까 겁났고

시간을 잃을까 겁났고

사랑을 잃을까 겁났죠.


아무도 너의 말을 듣지 않을까 겁났고

아무도 너를 돌아봐주지 않을까 겁났고

아무도 너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겁났죠.


그 때의 나에게 말을 건네요.

나는 너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나는 너를 여전히 잃지 않았다고.




너, 나 그리고 우리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모든 사람을 바꾸기에는 

내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고

우리의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다


내가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내가 질색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날 많이 답답해하고 있겠지

날 정말 이해할 수 없겠지

날 정말 질색하고 있겠지


내가 수많은 일을 겪으며 지금에 온 것처럼

이 사람들도 지금이 오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내가 과연 객관적일까

객관이란게 존재하긴 할까

난 정말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일까

지금 내게 소중한 것들

지금 내게 슬픔을 주는 것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에게 소중할까

여전히 나에게 슬픔을 줄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나를 향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울게하는 사람들에게


난 환하게 웃어줄 수 있을까

그들이 아프지않도록 슬프지않도록 기도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바뀔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바뀌어야할 사람은 나일 수도 있겠지




너를 사랑하려한다


날 만나기 전 너의 색은 이미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빛을 우아하게 뽐내던 넌 이미 하나의 빛나는 보석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렇게 우린 모두 완벽한 하나의 보석이었다. 
우연히 우리는 만났고 같은 곳에서 각자의 빛을 빛내었다. 
그 빛은 서로 다른 색의 두 개의 빛이었지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쌍의 빛이었다.
그 날의 우리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서로 상대의 빛을 거슬려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빛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땐 그랬다. 그저 우리가 같은 색을 낸다면 그리고 그 색이 나의 색이라면 그건 아름다울거라고 난 그걸 원한다고 
그렇게 된다면 우린 만족할 거라고...아니 난 만족할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빛을 잃어갈 뿐이었다. 
상대도 자신과 같은 빛으로 빛나길 원하여 자신의 빛만을 강하게 고집하던 둘은 
본래 아름답게 빛나던 상대의 눈에서, 그 아름다운 빛깔에 반해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상대의 눈에서 
너무도 이기적으로 빛나는 자신의 빛을 보았고 어느 날 그 빛마저 희미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두워져갔다. 
한때 아름답게 빛나던 자신의 빛을 추억하며 그렇게 상대를 한없이 원망하며 우리는 어두워져갔다.

아,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빛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빛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우리가 서로를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래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운 둘이 만나 더욱 아름다운 한쌍이 되었을 뿐이라고.
우리의 빛이 하나가 될 때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빛이 한없이 아름다울 때 그리고 서로를 한없이 배려할 때 그 빛이 어우러졌을 때 그때서야 우리가 아름다웠던 것이라고. 
우리 모두의 빛은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난다. 그리고 이 빛은 정말 아름답게 빛난다. 이제야 알게되었다. 
내가 혼자서도 얼마나 빛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그리고 너도 혼자서도 정말로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다르다. 우리는 한없이 다른 우리로 살아왔다. 그런 우리가 만났다.
우리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서로를 전부 이해하기에는 우리의 다름은 너무도 컸고 너무도 완벽했다. 
내가 널 지금 당장 이해하려하는 것은 어쩌면 나를 만나기 전까지의 너를, 너가 이제껏 밟아온 길을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난 너를 사랑하려한다. 
너가 좋은 사람임을 알기에, 너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임을 알기에. 
너에게 나를 강요하지 않겠다. 나를 이해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 너를 이해하려고 강박하지 않겠다. 
그저 너와 함께 이 길을 밟겠다. 그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 그저 너와 함께 같은 곳에 가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겠다. 
순간순간 보이는 다름을 숨기지 않겠다. 피하지 않겠다. 나는 우리의 모든 다름을 주의깊게 보겠다. 귀를 기울이겠다. 그리고 대화하겠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바뀌어갈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제껏 달랐던 우리가 앞으로는 조금씩 같아질 수 있도록 그저 너와 함께 이 길을 걷겠다.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여전히 다를 것이고 수없이 많이 다를 것이다. 
어느 날 우린 회상하며 말할 것이다. 
우리 예전엔 정말 많이 달랐었네...

이름: 이은상
전화번호: 010-2651-5598
이메일: eslee8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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