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쓸데없이 참견하는 세상 속
곧 잘릴 것을 알면서도
단단하게 자라나는 손톱
세상 향해 노려보는
날카로운 시선 성가시면
꼬집기도 전에 잘려나가고
누군가 원치 않는 색으로
온몸을 덧칠하고 물들여도
기어코 본연의 색으로 돌아온다
때론 가시같이 살을 파고들어
아프게 찌르기도 하지만
저도 모르게 속에 눌어붙은 때
억지로 긁어내지 않고
함께 잘릴 때까지 기다려준다
딱딱하고 흔한 몸뚱이 덕에
가려운 곳 긁고 더러운 것 떼며
깨지고 멍들 때까지
온갖 궂은일 대신시켜도
괜찮다며 둥그렇게 미소 짓는다
아무리 차갑고 무심하게 잘라내도
세상 곁에 달라붙어
늘 새로운 마음가짐 다시 자라나
꿋꿋하게 살아가는 손톱
밤 깎는 아버지
명절 아침이면
시골집 마루에 앉아
조용히 밤 깎던 아버지
속마음 보여주고 싶은지
자꾸만 같이 깎자 부르던 목소리
이제 들을 수 없다
말썽 부리다 야단맞고
주눅 든 아들에게 건네주면서
오도독 씹어 삼키시던 생밤
한 입 베어 물자 스며드는
아버지의 단맛
밤 같던 아버지
딱딱한 껍질 하나 깎아 놓고
전부 안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한 껍질 더 있는지는 몰랐다
옹골지던 속살
썩어 가는지도 몰랐다
제사상 올릴 밤 깎아 놓고
이제야 속마음 안 것이 서글퍼
끝내 고개 떨구고 마는
조용한 아버지의 밤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상처 많은 사과가
가장 잘 웃는다
길었던 외로움 끌어안고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몹시도 생글거린다
때론 덤으로 끼워주기도 하고
상처 난 곳 도려내는 그 순간에도
그저 고맙다며 활짝 웃는다
이대로 버려진다는 두려움
시꺼멓게 멍든 곳 어루만지다
마지막 남은 단맛 짜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어서는 이여
상처 많은 사람이
가장 잘 웃는다
- 송지범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