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
희미한 어둠마저 사라지고
칠흑의 겨울 속에 남겨진
외로운 저 달님
내 창가에 몰래와
우리의 사랑 훔쳐보네
새하얗던 너의 빛
어느새 붉게 물들고
한 조각 얼음으로
밤하늘에 걸린 너
뜨거운 숨소리에 녹아내리네
나 그의 품안에 잠든 사이
너도 어느새 구름 속에 잠들었나보다
- 십이월 -
어느새 또 끝자락
그리운 그 목소리
단 한 번만 들어볼 수 있다면
너를 보내줄 수 있겠다
그리운 그 손길
단 한 번만 잡아볼 수 있다면
너를 보내줄 수 있겠다
그리운 그 미소
단 한 번만 바라볼 수 있다면
너를 보내줄 수 있겠다
이 겨울을 견뎌낼 수 있겠다
- 긍정에 반하다 -
거칠고 묵직한 바윗돌 마음
매끈하고 가벼운 몽돌 되었고
절망의 가시덤불 시퍼런 칼날 끝
붉다못해 뜨거운 희망꽃 피었다
얼기설기 미로 속 갈길 잃은 눈동자
제 방향 찾고는 해맑게 웃었고
불평 불만 달고 살던 세치 혀도
감사와 사랑의 언어로 춤을 춘다
모두가
긍정에게 넘어갔다
- 여름 새벽 -
8월로 접어든 오전 다섯 시
어둠의 꼬리마저 슬그머니 도망가고
창 너머 낙동강 다리 삼켰던 해무 옅어지니
짙푸른 산등성이 기나긴 실루엣을 벗는다
밤새 입 다문 꽃들 향기로운 하품 내뱉고
제 몸에 묻은 이슬방울로 오물오물 양치한다
침묵에 들었던 새들도 잠긴 목 푼다고
나무와 하늘을 들락날락 날개짓 바빠졌다
회색빛 걷어간 파르스름한 하늘
숨막힐 듯 무겁던 공기대신 청량한 내음
또 하루를 말갛게 준비해 놓고
여름 새벽은 조용히 떠나갔다
이제 곧 뜨거운 날
떠들썩하게 시작될 것이다
- 또 하루 -
아침에 눈을 뜨면
한결 가벼워진 뇌의 무게
그리고 깨끗이 비워진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하루 동안 쌓아두었던
부질없는 번뇌의 찌꺼기들이
밤 사이 잠 속에 스며
그 흔적을 감췄나보다
되풀이되는 또 하루가 된들
이젠 괜찮다 어느새
무거워지고 더러워지더라도
또 비워내고 다시 가벼워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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