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라는 것>
여리여리한 몸뚱이의 도둑이 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금덩이도 돈뭉치도 아닌
그저 넘의 몸속 흐르는 씨뻘건 피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그녀는 목숨을 건다
낯선 생명체의 거대한 앞발로부터
허공을 뒤덮는 화학무기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 명줄이 달랑달랑 하믄서도
홑몸도 아닌 거시 도무지 포기를 모른다
죽을지 몰러도, 아니 죽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후대의 삶을 위해
내일은 더 오동통 튼실해질 알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얇디얇은 살갗이 붉게 물들만치
온몸 가득 검붉은 액체를 채워 넣는다
그렇게 벌게진 몸으로, 무거워진 몸으로
더 위험해진 비행을 시작한다
그러다 누구는 고통스런 행복 그득한 최후를 맞이하겄지
모성애에 엔간치란 건 없나 보다
위험을 무릅쓰고 씨잘떼기 없이
제 몸 가득 피를 채우는 그녀처럼
목숨을 건 도둑질을 멈추지 못하는 것
배가 터지도록 피를 빨아대는 것
어미라는 것
<고무줄>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하다가도
한 손만 놓아버리면 금세 힘을 잃어요
한쪽에서 힘껏 당기면 더 팽팽해지지만
반대쪽을 당겨올 수는 없지요
튼튼해 보이지만 균열이 생기면
언젠가는 결국 끊어져요
그래서 가끔은 느슨함이 필요한가 보아요
끝없는 긴장감에 지쳐 끊어지지 않도록
너무 당기기만 하지 말아요
끊어져 버릴지 모르니까요
갑자기 손 놓지 말아요
멀리로 튕겨 날아갈지 모르니까요
가끔은 별이 되어 밝게 빛나기도
가끔은 총이 되어 가슴을 겨누기도 하는
사랑이라는 고무줄 게임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보아요